한 중소기업이 경기도 부천에서 충남 천안으로 이사를 했는데 1백36명의
임직원이 모두 회사를 따라 함께 천안으로 이사를 하는 보기 드문 일이
생겨 업계에 조그만 화제를 낳고 있다.

천안 제3공단에 지난 3월 입주한 미래산업(대표 정문술.56)이 바로 그
회사이다. 미래산업은 지난 83년 창업이후 10년여동안 쓰던 부천공장이
좁아 천안으로 확장 이전했는데 중도에 그만둔 사람없이 모두 회사를
따라 집을 옮긴 것.

보통 회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여러가지 사정으로 보통 20~30%의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는게 일반적인데 모두 따라 내려왔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의 기업도 아니고 종업원들이 다른데 취직하기 힘든
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아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을 포함, 요즘 한창 주가가 높은 전자 전기 기계
자동제어분야의 석사만 13명에 달할 정도로 고급두뇌들이 많다.

그런데도 이들은 작년말 회사가 옮기기로 했다는 소식을 통보했을때 집을
옮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측으로서도 혹시 회사이전때문에 이들중
핵심사원이 안따라오면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이 회사의 정사장은 회사이전을 통보하면서 단지 "회사가 내년 3월까지
이사를 하니 알아서 준비할 것"이라는 한마디만을 했다.

이 한마디를 신호로 정사자이 제일 먼저 짐을 꾸려 천안으로 내려왔고
뒤를 이어 2인자인 백정규 상무이하 전 임직원이 줄줄이 짐을 꾸려
이사를 했다. 이들이 아무소리 없이 천안으로 내려온 데는 까닭이 있다.

사장의 경영스타일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이다. 이 회사는 다른 기업
과는 몇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우선 사훈이 없다. 모든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정사장의
철학이다. 미래산업은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인 미국 텍사스인스투르먼트사
의 포루투갈 공장에 16메가D램용 메모리테스트핸들러를 납품할 정도로
반도체장비분야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는 업체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수한 인력을 끌어 모아야 하며 이를 위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직원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준다.

우선 월급은 대기업에서 가장 후하다는 삼성그룹 종합기술원에 맞춰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책정했다. 대기업보다 많이 줘야 중소기업이
사람을 끌어올수 있어서이다.

부서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판공비사용은 부서장이 마음대로 경리부
에서 타다 쓴다. 팀을 짜 여행을 다녀온다든지 단합을 위해 돼지
한마리를 잡는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 재량으로 하고 사후결재를 받는다.

기술 개발에 관한 사항은 자율로 실시하며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어느 기업으로 부터 주문을 받지 않았어도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제품개발을 할수 있도록 자금지원을 해준다. 사업화를 못했다고 나무라는
일도 없다.

"이런 식으로 운영해도 종업원들은 스스로 돈을 아끼고 사업화에 노력하는
등 자율적으로 잘 따라줘 회사가 튼튼해지고 있습니다" 정사장 자신은
사장보다는 기술학교 교장으로 불리길 원한다.

돈을 버는 것 보다는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보람으로 여긴다. 따라서
남는 이익은 전부 재투자한다는 생각이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45세의 늑깎이로 사업에 뛰어든 그는 어차피 이세상에
태어난 이상 밥값은 하고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남들이 어렵다고 고개를
젖는 분야에 뛰어들어 독특한 경영으로 기업을 일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