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를 지켜온 북한의 "자력갱생"경제노선이 "합영갱생"으로 대전환할
것인가. 핵문제를 둘러싸고 주변국과 팽팽한 정치.군사적 긴장을 초래해온
북한이 최근 부쩍 서방각국과의 경제협력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일본과는 벌써부터 조총련계 기업을 중심으로 상당한 경협관계를 구축해
놓은지 오래다. 요샌 미국 프랑스등 서방기업들과의 비공식 물밑 접촉이
활발하다. 심지어는 동남아각국과 중남미 중동등 세계각국과 공식 비공식
경협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오는 25일부터 사흘간 열릴 남북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써부터 "북한진출열병"으로 달아오르고있는 국내기업을 비롯한
경제계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기에 충분하다.

8일부터 제네바에서 재개된 북.미고위회담이 여느때와 달리 일정한 "결실"
을 맺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기업들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종주권"을 채 행사해보기도 전에 치열한 북한시장
쟁탈전을 벌여야 할 공산도 커졌다.

북한에 대한 다국적 경제제재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코카콜라 AT&T같은 미국굴지의 대기업들이 요즘들어 북한진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북한내 교두보마련을 위한 구체적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미국기업들의 움직임은 곧바로 일본기업들에 대한 자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않아도 일본기업들은 정치적 명분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좇아 북한내에서의 기반을 착실히 다져왔다.

무역진흥공사 추계에 따르면 작년말현재 북한내에 진출한 외국합작기업
1백44개사중 90%가까운 1백27개사가 일본계 기업이다.

북.미고위회담의 진전에 따라서는 북한과 일본간에 중단상태에 있는
북.일수교협상이 예상외로 급진전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또 미쓰비시상사 이토추상사 미쓰이물산 닛쇼이와이등 종합상사
들을 앞세워 북한과의 교역에서도 단연 앞서가고 있다.

미쓰비시상사 서울지사관계자는 "현재 중국 길림성에 전진배치하고 있는
대북비즈니스 포스트를 북한내부로 옮기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미국과 일본기업들의 이같은 대북진출 움직임은 북한정부의 적극적인
대외경협유치정책과 맞물려 힘을 얻고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북한정권은 이미 내부적으로 핵문제가 매듭되는 대로 중국식 대외경제
개방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키로 방침을 정해두고있다는 "설"이 갈수록
유력해지고 있다.

"최악"으로 표현되는 현재의 경제난을 타개하기위해서는 현재의 고립적인
자력갱생정책을 포기하고 이미 제정돼있는 합영법을 손질해 적극적인
대외경협유치에 나서지않을 수없을 것이라는게 서방관측통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북한정권이 올들어 각지에 파견한 투자사절단의 움직임을 봐도 이는
뚜렷해진다. 연초 페루 우루과이 에콰도르 파라과이등 중남미에 사절단을
보내 대북투자를 타진한 것은 그 신호탄이었다.

이어 3월에는 김창규외교부 부부장(차관)을 김일성주석특사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각국에 급파했고 최근에는 이집트등
중동에도 김주석특사를 내보냈던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북한정권의 이런 일련의 "대외경제개방 제스처"가 아직 각국으로부터
구체적인 반응을 얻고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폐쇄일변도의 노선을 걸어왔던 북한이 스스로 빗장을
풀어제치고 있는 것은 상당한 시사점을 갖는다.

상공자원부의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오는 9월9일 정권창립기념일을 기해
대외개방을 선포키로했다는 전문이 있다"며 "남북한정상회담에 이어
북한과 미국 일본등 각국간에 순조로운 관계개선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세계의 마지막 시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