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4년 이토요카도가 일본에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처음 선보였을 때
대다수 유통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깨끗하고 시설좋은 식품점
이 있는데 굳이 편의점이 필요하겠느냐는 논리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편의점은 상위 22개사가 2만5천점을 돌파하고
전체 매출규모가 4조엔을 넘어설 정도로 성공적인 뿌리를 내렸다.

엔고와 경기불황으로 일본 백화점업계가 27개월째 적자에 허덕이는 반면
편의점은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맞벌이부부의 증가와 소득수준의 향상,가격보다는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문화, 야간 유동인구의 증가 등 사회환경의 변화와 함께 단독점포
로서는 흉내내기 힘든 프랜차이즈체인 특유의 높은 경쟁력이 성공요인
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편의점이 현재의 위치를 차지하기까지는 난관도 많았다. 편의점이
소매업계의 총아로 떠오른 배경과 요인을 살펴본다.

동경 중심가에 위치한 훼미리마트 선샤인남점. 60평의 널찍한 매장 한
면의 진열대를 전부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도시락들이다. 옆
코너를 차지한 오뎅 만두 등도 일본 특유의 제품들이다.

도시락은 미국으로부터 편의점을 배워왔지만 이를 일본식으로
소화해내려는 일본 편의점업계의 토착화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시락은 현재 일본 편의점 매출의 20~25%를 차지할 정도의 주력제품
으로 떠올랐지만 처음부터 인기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맥도날드 KFC 등 미국식햄버거체인점의 공세를 받던 일본 편의점업계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점에 착안, 값싸고 품질좋은 도시락을
개발해냄으로써 일본내에 도시락붐이 일어나는데 일조했다.

훼미리마트에 도시락을 납품하는 (주)도오가쯔푸드의 오노데라공장장은
"매주 월요일 훼미리마트 본사와 함께 신제품개발회의를 연다"며 "1주일
평균 2가지의 제품이 개발되지만 신제품의 평균수명이 2개월밖에 안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한다.

35%의 획일적인 로얄티를 요구하는 국내 편의점업계와는 달리 로얄티
45%의 세븐일레븐에서 35%의 훼미리마트 10%내외의 가스미까지 일본
편의점업계의 다양한 로얄티정책은 토착화의 또 다른 모습이다.

선크스의 아즈마(동 진일)해외사업부장은 "가맹점주의 투자액에 따라
로얄티가 달라지기에 결국은 똑같은 결과를 빚지만 투자자가 자신의
능력에 맞는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가맹점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대한 실증적인 접근이 다양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편의점의 냉장고를 마을 공동의 냉장고로, 잡지코너를 내집의 서가처럼
여기도록 고객에게 밀착해 들어가는 일본 편의점의 상술은 더욱 돋보인다.

원칙을 중시하지만 독선적이지 않은 일본의 편의점경영전략. 그들은
유통업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만이 아니라 고객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봉사하는 소비문화의 첨병임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