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부실을 도려내기 위해 당국이 메스를 들었다.

24일 은행감독원이 발표한 "은행경영 건전화를위한 종합대책"과 재무부가
내놓은 "생명보험사 지급능력 확보규정"은 충격과 무리가 따르더라도
금융기관 부실의 농근을 제거해 금융산업의 체질을 바꾸어놓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경영의 건실화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도태"라는 최악의 상황도 피하지
않겠다는 게 당국의 각오다.

부실을 안은채 외형만 확장시켜온 그간의 경영행태로는 금융시장 개방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경영내용이 나쁘면 배당을 못하게 하거나 다른 금융기관에 통폐합을
당하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선진국의 유수한 금융기관과 대항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게끔 한다는 의도다.

또 한편에선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경영을 제약하는 직접적인 규제는 풀어
버리되 건전성이 확보되도록 하는 간접적인 규제는 강화한다는 감독방향
전환의 의미도 들어있다.

이번 조치에선 무엇보다 경영건실화에 따르는 부담을 금융기관 스스로
지도록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은행의 경우 그동안 일본 처럼 부실관리 전문회사를 만들거나 정부의
특별지원을 통해 부실여신을 정리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신설
생보사들은 초과사업비 이연상각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매달려 왔다.

하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은행은 그간의 부실여신 만큼 앞으로 5년
동안 대손충당금을 쌓아 올리도록 했다. 충당금을 쌓느라 배당의 여력이
없어지면 배당을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보험사는 지급여력을 최소한 1백억원이상확보하도록 했다. 모자라면
증자를 시키게 되고 그래서도 안되면 사업의 일부를 정지당하거나 회사
자체를 정리하도록 했다.

그만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과정에서 시장판도가 달라지는 영향도 생기게 된다. 은행만 하더라도
부실여신의 규모를 보면 선발은행들에 배해 후발은행이 상당히 적다.

후발은행들의 자구노력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그만큼 배당의
여력도 크다. 보험사는 계약자배당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달라질 수도 있다. 최고 연2.5%의 이자차이가 나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이
변할 수 밖에 없게 돼있다.

한마디로 80년대중반이후 우후죽순 처럼 생겨난 금융기관들이 드디어
교통정리를 당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에 나온
대책은 은행과 생명보험에만 그쳤으나 중소금융권에 까지같은 맥락의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예대마진 축소로 과당경쟁을 빚고 있는 지방단자사와 지방리스사,
신용금고등이 부실해 졌을 땐 가차없이 통폐합을 당하게 되리라는
시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가 긍적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한다면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몰아세우기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은행들의 부실여신이 대수술을 받게된 상황에 이르게 된 게 과연
은행만의 책임이냐는 점이다. 과거 부실기업을 정리하면서 은행들에
반강제로 떠안긴 짐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다. "병"준 사람이 "약"도
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금융계에서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