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지방으로" 김명호한국은행총재가 분주하다. 작년 3월15일 제19대
한은수장으로 취임한 김총재는 역대 어느 총재보다 해외출장과 지방대학교
강연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총재는 오는 6일 스위스바젤에서 열리는 제64차국제결제은행(BIS)연차
총회및 영국중앙은행 3백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취임후 해외출장
은 모두 열차례가 된다.

석달에 두번꼴이다.

지난 1일 충남의 한남대학교와 충남대학교강연을 포함해 지방대학강연은
모두 8번이다.

김총재의 해외출장이 잦은 것은 국제통화기금및 세계은행연차총회에참석
하는 공식출장외에 국제금융기관이나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서 초청이 많기
때문.

중앙은행총재가 공식으로 참석하는 회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
(IBRD), 국제결제은행연차총회및 동남아시아중앙은행기구(SEACEN)총재회의
등이다.

여기에 매년 4월말께 열리는 국제통화기금의 잠점위원회등까지 참석하면
1년에 공식출장기회는 4-5차례정도가 된다.

역대총재들이 일반적으로 가는 해외출장회수도 4-5차례정도였다.

그러나 김총재에겐 외국으로부터 초대장이 많이 날아든다.

지난 3월5일부터 10일까지 스위스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의 10개
선진국중앙은행총재특별회의에 이례적으로 "강연초대"를 받았다.

연차총회가 아닌 선진국중앙은행총재모임에 한국은행총재가 초대받기는
처음이다.

그에 앞서 2월초엔 일본전국은행연합회가 특별강연을 요청했다. 당시
현지 관계자들의 부탁으로 직접 일본어로 강연하는 실력도 보여줬다.

작년 12월에는 이탈리아중앙은행이 창립1백주년 기념행사에 손님으로
초대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 김총재의 해외발걸음이
빈번해진 것이다.

김총재스스로도 금융국제화및 한국은행과 다른나라 중앙은행과의협조강화
차원에서 해외출장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제화의 물결을 익히고 중앙은행간의 협력을 통한 경제발전차원에서 해외
출장에 적극적인 편이다.

덕분에 김총재는 외국중앙은행총재를 만나면 "How Do You Do(처음
뵙겠습니다)"대신 "Hello(안녕하십니까)"라는 친숙한 인사말을 주고 받을
정도가 됐다.

김총재는 취임후 1년간은 총재가 참석할 만한 자리는 빠지지 않돼 1년후
에는 선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침에 따라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의 잠정위원회
에는 신복영부총재를, 소련 레닌그라드에서 열린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에는 이경재이사를 대신 보내기도 했다.

해외출장은 역대총재보다도 빈도가 잦다는게 특징이지만 지방대학강연은
역대총재가 거의 시도하지 않은 것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년 10월26일 전북대학교를 시발로 해 원광대학교 경북대학교 전남대학교
부산대학교등 8개지방대학교에서 강연했다. 강연주제는 물가안정의 중요성
등 주로 원론적인 내용.

김원태홍보부장은 "지방대학생들에게 한은의 정책방향등을 설명해줌으로써
금융정책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넓힐수 있어 총재가 지방대학강연에
애정을 갖고 있다"며 "학생들과의 중앙은행총재와의 만남은 "열린 중앙은행
의 이미지제고"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방대학에서도 총재강연에 대한 반응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에는 강원도와 제주도에 있는 대학강연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지방대학을 한바퀴 돌 계획인 것이다.

해외와 지방출장으로 분주한 김총재에겐 집안일이 잘 안풀리는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집안일중 가장 큰일인 "통화가치안정"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있다는 평이지만 집안식구들의 가장 큰 관심인 인사적체해소에는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사적체에 대한 중간간부들의 불만, 내부임원의 은행장배출노력의 무산
등으로 6일 비행기에 오르는 총재의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