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맨을 찾아라".

은행들이 바빠졌다. 아이디어맨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조직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서다. 그 중 하나가 홍보팀이다.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대외홍보가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그저
주어진 홍보비만을 축내던 과거완 다르다. 보다 참신한 광고전략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기발한 신상품하나 개발하는 것에 못지않게 됐다.

대외광고나 각종 행사, 안내전단의 문안작성까지 담당하는 홍보팀. 이들의
발걸음은 자율화가 진전될수록 더욱 바빠지고 있다.

하나은행의 임영호대리.

그는 화장실에 갈때도 반드시 필기도구를 지참한다. 행여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임대리가 메모하는 내용은
여러가지.

이벤트행사일 때도 있고 신상품안내전단의 문안일 때도 있다. 은행홍보에
관한 것이라면 모두다라는게 정확하다. 이런 아이디어수집은 실제 많은
효과를 냈다.

지난92년에 실시한 조치훈9단의 명예지점장행사가 대표적이다. 임대리가
조9단을 명예지점장으로 모셔야겠다는 구상을 한것은 지난91년. 신문에서
조9단이 본인방타이틀방어전을 갖는다는 내용을 접하면서였다.

국내에 있는 "조치훈후원회"에 각종 안내문을 전달하는등 극진한 예우를
보인 기간이 1년. 마침내 기회는 왔다.

92년 7월25일 조9단은 본인방타이틀전에서 4대3으로 대역전극을 거뒀다.
이 때가 목요일 밤. 임대리는 국제전화를 통해 바로 그날 조9단의 허락을
받아냈다.

이틀후인 27일 조치훈9단은 하나은행본점영업부의 명예지점장으로
나타났다. 이를 본 다른 은행홍보담당자들은 깜짝 놀랐다.

조9단이 명예지점장을 위해 한국까지 날아온 것도 그렇지만 그를
모시는데 사용한 돈이 얼마인지가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임대리가 조9단
에게 준 돈은 한 푼도 없었다. 사례비는 커녕 항공비나 체제비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매달 10일은 중소기업은행 가는날". 문화방송에서 진행중인 "여성시대"
를 듣는 주부들에게 이 말은 매우 익숙하다.

실제 매달 10일에 중소기업은행영업점은 주부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매달
한번씩 발간되는 "여성시대"라는 책자가 기업은행에서 배포되고 있어서다.

얼핏 보기엔 주부들과는 거리가 먼것처럼 느껴지는 기업은행이 주부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한 것은 순전히 홍보팀의 아이디어 덕분이다.

홍보팀이 여성시대라는 책자를 발간한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 92년.
이상학당시홍보실장(현신탁증권부장)과 김영주광고과장은 협찬사로 참여
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했다.

그 결과 지점이 훨씬 많은 시중은행들을 제치고 협찬사로 선정됐다.
얼마의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은행이미지를 대중적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은행홍보팀.

이들은 은행의 각종 대외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그룹이다. 과거엔
텔레비전과 라디오 신문 잡지등 4대매체를 통한 광고가 이들의 주된
일이었다.

지금은 업무의 영역이 넓어졌다. 지하도벽면광고, 버스 및 지하철광고,
옥탑광고 등 야외광고도 이들의 일이다.

이밖에 각종 이벤트행사나 신상품광고 상품리플렛작성등 은행이미지와
관련된 일이라면 반드시 홍보팀이 끼여든다. 그러니 자연 참신한
아이디어와 성실성이 필수적이다.

지난 일 모일간지 1면에는 경쟁관계인 2개 후발은행의 돌출광고가 나란히
실렸었다. 내용은 신설점포개설.

문제는 그 내용이었다.

똑같이 1년짜리 가계금전신탁의 수익률을 고시했는데 한은행이 다른
은행의 수익률보다 낮았던 것. 결과적으로 그 은행은 애써 돈을 들이고도
라이벌은행을 치켜주는 꼴이 되버렸다.

물론 모든 홍보팀들이 필사적인 것은 아니다. 20여개의 일간지와 50여개의
금융잡지로부터 시달린다는 핑계로 한정된 광고비를 적당히 "분배"하는데
만족하는 은행이 아직은 많다.

이벤트행사의 경우 대행업체에 외주를 주고 뒤로 나앉는 홍보맨들도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은행홍보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은 4대매체를 통한 총광고비로만 1백64억4천만원을
쏟아 부었다. 92년(1백19억8천만원)보다 37.2%증가한 것이다.

돈만이 아니다. 각 은행들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홍보실이나 홍보부를
신설하거나 통합, 대외광고의 일관성을 꾀하고 있다.

결국 은행홍보도 자율화의 진전과 더불어 대기업홍보와 같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럴수록 홍보맨들의 전문성과 아이디어가 더욱 절실해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