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입찰사건과 관련, 외환은행이 응찰가를 전산조작했고 그로인해
관련자들이 문책받는 선에서 공식적인 검사는 마감됐다.

은감원의 특검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낙찰가사전인지및 외부유출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사항은 아니었지만 전산조작과정에서 입찰주관기관
인 재무부와의 협의또는 사전보고여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
두가지는 영구미제로 남을수 밖에 없게 됐다.

은감원에서는 전산을 조작했는지와 낙찰가를 사전에 알았는지에 중점을
두고 검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중 낙찰가사전인지여부는 애당초 확인
불가능한 것이었다. 강신경은감원부원장보가 "양심선언이라도 해야 알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듯 낙찰가사전인지여부는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것이었다.

은감원은 외환은행직원들의 응찰가와 애초 낙찰가였던 3만4천8백원에
응찰한 사람들의 신분을 파악하는등 낙찰가사전인지와 외부유출여부를
알아내기위해 애를 썼으나 이는 한강에 돌던지기나 다름없었다.

이같은 한계속에서 외환은행이 전산을 두번 조작했고 입찰서에 있는
경찰관의 도장마저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 외환은행의 부도덕성이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조작의 충격이 너무 커 사건의 본질이 다소 흐려
졌지 않느냐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이번 입찰자체의 유무효여부나 전산조작관련, 재무부와의 사전협의여부
등이 논쟁의 핵심으로 등장하지 못한채 핵심에서 비껴갔다는 것이다.

재무부나 은행감독원은 외환은행이 입찰에서 떨어졌고 (낙찰가이하로
응찰했거나 2중응찰사유에 해당), 전반적인 입찰은 유효하다는 쪽으로
유권해석을 내리고 검사를 조속히 정리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실체적 진실"은 하나인데도 재무부는 <>외환은행이 주당 3만4천6백원에
응찰한 것으로 나타났고 <>3만4천8백원에 응찰했다면 이는 이중입찰에
해당된다는 "두가지중의 한가지 사유"를 들어 외환은행이 입찰에서 탈락
또는 무효화됐다고 밝혔다.

입찰에 참여한 사람들은 재무부가 두가지중 어느쪽인가로 명확히해야
하는데 어물쩡 넘어간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비난은 입찰자체의
유무효시비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유무효여부는 전산과 입찰서류조작이라는 "사실"에 가려진 감이
없지 않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재무부와 외환은행의 사전협의여부
역시 전산조작자체에 눌려 주목대상에서 벗어났다.

전산조작과 관련, 외환 은감원이 관련자를 형사고발하지 않기로 한 것도
입찰자체의 유효성을 건드리지 않기 위한 "배려"가 엿보인다.

만일 은감원이전산조작이나 경찰관의 도장도용등을 업무방해죄로 고발할
경우 이것이 입찰자체의 유효성을 법적으로 시비걸수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입찰자체의 유무효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은감원의 고발은 법적소송의
방아쇠를 당길수 있는 명분이 될게 분명하다는 점에서다. 입찰에 참여한
어느 누군가가 "법까지 위반하고 치러진 입찰이 어떻게 유효하냐"고 제소
할 경우를 은감원도 감안, 고발하는 것은 피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어떻든 이번 한국통신입찰사건은 재무부가 입찰대행기관에게 입찰을 허용
하는 등 첫단추를 잘못 낀데서 비롯된 "사고"였다. 이때문에 정부의
국유재산매각방식에서 드러난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일이 숙제로
남게됐다.

외환은행이 구태를 버리지 못해 대형사건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금융기관들도 의식개혁이 절실하다는 교훈을 준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