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은 이달부터 지점장을 목전에 둔 부부장과 차장중 72명을 대상
으로 5주일 동안 이례적으로 전산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 은행의 서광하
인사담당이사는 "전산을 모르고 지점장을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전산
교육의 배경을 설명했다.

상업은행이 지난 2월 정기주총후 단행한 부점장인사에서 임원승진영순위로
꼽히는 종합기획부장에 윤강석 전산부장을 임명, 화제가 된적도 있었다.
윤부장이 주요부장을 하지않아 의외로 비친데 대해 정지태행장은 "전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합기획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말로 대신 했다.

지난 89년 선물환사고로 수백억원을 날려 은행의 생존이 위협받던 광주
은행이 사고의 충격을 딛고 일어선 것은 "전산의 귀재"로 평가받는 송병순
행장의 공로가 크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전산으로 장치산업화하는 금융기관에서 전산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나게 하는 사례들이다.

전산이 금융기관의 사활을 좌우하는 "전산생존시대"에서 전산인력이
갈수록 소중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은행의 전산화동향"에서도 전산인력에 대한
은행의 투자가 늘고 있음을 알수있다.

은행이 경영합리화를 위해 직원을 줄여가고 있음에도 전산인력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에서다.

33개은행의 총직원은 작년말 15만2천3백49명으로 전년말보다 3백50명
줄었으나 전산인력은 5천3백28명으로 전년말보다 1백88명 늘었다. 이로
인해 총직원중 전산인력비율은 3.5%로 90년말에 비해 0.7%포인트 높아졌다.

은행들은 전산인력을 "모셔오기"에 바쁘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산투자를 늘릴 계획인 서울신탁은행은 일반직원 채용을 억제하면서도
작년말 전산인력을 20명 정도 채용했다.

전산인력에 대해선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무시험으로 뽑는 특전도 베풀고
있다.

이은행 김영휘상무는 "전산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은행의 운명도 끝이다는
것을 모든 은행이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산업무처리의 초보격인 현금자동지급기(CD)나 현급자동입출금기(ATM)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옛말이다.

작년말 현재 CD와 ATM은 1만2천4백84대. 최근 5년간연평균 34.9%씩 증가
했다.

은행들은 앞으로도 사람손을 대신할 이 기계들을 계속 늘려 갈 방침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현금자동지급기와 현급자동입출금기를 5백30대정도
더 설치,연말에 1천2백45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은행도 올해 이기계를
2백20대 늘릴 계획이다.

국민은행관계자는 "전산화나 기계화를 확대하지 않고는 업무처리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전산처리용 단말기도 작년말 현재 8만7천2백10대로
전년보다 25.1% 증가했다. 이중 개인용컴퓨터는 2만5백53개로 전년보다 52%
늘었다.

은행이 전산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장치산업화하면서 전산으로 처리하는
업무가 급증하는 것은 당연한 추세. 작년중 온라인처리실적은 69억4천2백만
건으로 89년에 비해 2.1배로 확대됐다. 은행들은 작년에 종합온라인시스템
과 경영정보시스템(MIS) 구축에 주력하는 등 업무의 전산화에 치중했다.
이로써 종합온라인시스템이 완성된 곳은 92년말 14개에서 93년말 20개로
늘었다.

전산기기를 들여놓고 이를 움직이는 주체는 역시 전산을 활용할줄 아는
"사람"이다. 은행들이 전산인력을 확충하고 있으나 전산에 밝은 머리가
그리 풍부한 것만은 아니다.

임원들의 방에 단말기가 없는 곳도 많고 있는 곳 마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임원들까지 전산으로 업무처리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
이지만 전산에 대한 마인드가 약하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한 시중
은행장은 전직원의 전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는 차치하고 라도 새상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전산의 뒷받침없이는 곤란한게 오늘의 현실이다. 전산인력은 이제 은행의
생사를 가름하는 중추인력이 되어가고 있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