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선 농협중앙회장 구속은 <>쌀시장 개방으로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2대 농협회장선거(오는 23일예정)를 눈앞에 둔 시점이기
때문에 특히 눈길을 끈다. 또 한회장이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설이 나돌고있어 그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도 관심사다.

<>.한호선 농협중앙회장을 전격 구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검찰은
"전격"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농협 비리에
대한 각종 투서와 제보가 많았고 검찰도 장기간 내사를 벌여오다 5일 한
회장을 소환했기 때문에 갑자기 이뤄진 구속이 아니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즉 한회장에 대한 표적수사가 아니라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원성을
토대로 한 기획수사라는 얘기이다.

검찰은 내사과정을 통해 한회장이 89년이후 6년간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인사 건설공사발주등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소환 구속의
수순을 밟은 것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농협의 자산이 농민의 예금을 포함 약 1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인데도 감독하는 "눈"이 없어 비리가 쌓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외에 지난해 7월에도 농협이 중소기업협동조합 산하에
있는 한국피복공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여직원의 겨울옷 납품업체 선정권
청탁과 함께 1억원이상의 뇌물을 받았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했었고
이번에야 농협비리에 대한 증거를 찾게 됐다며 수사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내사결과 한회장이 농협에서 마치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막강한 힘을 발휘,내부 반발이 들끓고 있었다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23일 열릴 2대 농협회장 직선을 앞두고 한회장이 정부의 쌀시장
개방 방침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에 괘씸죄를 적용,구속하게
됐다는 "억측"도 없지는 않다.

쌀시장개방이 불가피한 것을 알면서도 한회장이 공공연하게 정부를 비방
하고 농림수산부등 정부의 협조요청을 거부한 점등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얘기에 대해 김태정 대검중수부장은 "농협이 농민을 위한 단체
인데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비리만 저질러지고 있어 내사를 해왔다"
며 "농협의 부패구조 전체가 이번 수사의 대상"이라며 표적수사라는 지적을
일축했다.

<>.검찰의 향후 수사수위에 대한 관심도 크다.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
"한회장의 개인비리는 물론이고 농협 전반에 대한 비리척결과 사정차원에서
수사가 진행중" 이라고 밝혔다. 농협조직 전체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농협의 인사 구조 제도 관행등에
관련된 전반적인 비리와 적폐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혀 이미 상당 수준의
증거와 수사가 진행됐음을 강력 시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한회장이 지부회장중 광역의원선거에 출마한 정치권 인사에게
까지 비자금을 뿌린 점이 드러났다고 말해 이번 수사는 농협 자체뿐아니라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검찰은 한회장의 6년재임기간 동안 많은 인사비리가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인사청탁자와 뇌물제공자에 대한 수사도 함께 벌일
방침이어서 농협내에 한바탕 인사태풍이 몰아닥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은 한회장이 회장으로 연임한 지난 6년동안 10억원대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정확한 비자금규모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한회장의 공금횡령 액수는 구속영장에 나타난 3억6천여
만원에 불과하지만 회장재임기간이 길었던 만큼 추가조사에서 한회장의
비자금조성 액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또 한회장이 비자금조성외에도 인사 및 단위조합장선거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와 농협발주 공사 및 설계용역비리,농수산물유통 비리등에
대해서도 계속 추궁키로 했다.

검찰은 공사발주와 설계용역에서도 한회장이 거래처로부터 거액의 커미션
또는 뇌물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 한회장에게 뇌물을 준 건설회사등의 명단도 파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중 뇌물액수가 큰 업자는 전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의 이번 수사는 한회장 개인비리 이상으로 농협의 구조적
비리를 척결하는데 더욱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게 검찰 스스로의 설명
이다.

농협의 구조등에 대한 수사에서는 농협의 대출비리,농수산물 유통비리,
농민지원 실시여부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검찰은 "그동안 농협에 대한 각계각층의 불만과 내부 불만이
검찰에 접수돼왔고 일반인들도 농협이 농민을 위한 농협인지 농협간부들을
위한 농협인지를 의심하고 있는 점을 감안,농협의 일대 환골탈태 차원에서
수사를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한회장의 막강한 힘때문에 "말을 못하고 있는"사람이 농협 내부
에서 많았다"며 "조만간 비리제보가 잇달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수사
에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검찰은 이사건이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의식한듯 "한회장이 정치권에
지원한 자금규모가 적어 정치권에 대한 수사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부문에도 농협의 구조적 비리수사 못지않게 수사력이 모아질 전망.

검찰은 "비자금중 일부를 농협조합장 출신의 광역의회의원선거 출마자
18명과 14대 총선 출마자 1백10여명에게 2백만~3백만원씩 지원했다"는
한회장의 진술을 받아냈다.

<>.청와대는 한호선 농협회장의 구속을 일부에서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대해 몹시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고위당국자들은
이번사건이 한회장의 개인비리에 대한 투서에서 비롯된것이며 그배경에
따른 정치적 다른 목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말하고 있다.

이와함께 농협에 이어 수협 축협등에대한 조사도 함께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어떠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있으며 그럴계획도 없다"
는 설명이다.

한회장의 비리에대해 청와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건의 투서를 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서의 내용은 주로 농협 본래업무보다는 한회장이
직위를 이용해 돈놀이를 하며 개인적인 축재에 더 관심을 쏟는다는 등
금전적인 사안이 많았다.

또 투서와는 별도로 한회장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사업 등 현실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쌀시장개방파동때도 공인으로서 취해야할 행동을
하지않는등 농협회장으로서의 자질이 일부에서 문제되기 시작했다는 설명
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만해도 "농협의 혁신"필요성정도만 느끼고 있던 청와대가
본격적인 조사 착수를 결심한것은 오는 4월로 예정된 회장선거를 앞두고
잡음이 확산되면서 부터. 이 무렵 청와대에는 한회장이 다음 농협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 당선의 수순을 밝기위해 금력을 동원하고 다른사람의
출마를 막는등 선거를 혼탁 타락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보고가 잇달아
접수됐다.

김영삼대통령이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 일부 선거에서 혼탁상이 보고되고
이를 조사중이라고 한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라는 분석이기도 하다.

이런과정을 거쳐 검찰의 내사가 시작됐고 투서의 내용은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 되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농협에대한 대대적인 혁신방안을 검토
하라고 관련부처에 지시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대통령직속의 농어촌
발전위원회를 통해서도 이에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할 계획으로 있다.

차기회장에 대해서는 직접선거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