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대표 구형우)가 동창제지를 인수한다. 한솔제지는 구형우사장과
동창제지 이세무회장이 동창제지 인수에 합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인수조건이나 금액등 세부적인 사항은 기업실사등의 절차를 거쳐 추후
확정키로했다.

한솔제지관계자는 동창제지인수시 회사자체의 채무뿐 아니라 모기업인
동창산업에 대한 지급보증까지 안게돼 인수금액산정에 시일이 걸릴것으로
보이나 양사대표가 인수키로 합의한 내용은 인수금액이나 조건에 관계없이
지켜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수를 계기로 법정관리를 받지않고 곧바로 기업경영을 정상화시킬지,
아니면 현재 추진중인 법정관리를 계속 밀고 나갈지에 대해서도 추후 결정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창제지는 봉명그룹의 계열사로 이달 3일 부도를 낸뒤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24일 회사재산보전결정을 받아냈었다.

한솔제지가 동창제지를 인수키로한 것은 백판지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솔제지는 동창제지 인수에 따른 소액채무와 원부자재납품대금에
대해선 우선적으로 변제,조업과 경영활동을 정상화하고 사원급여와 복리
후생수준을 국내제지업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한솔제지의 동창제지인수결정은 동창제지의 회사재산보전처분결정이
내려진 24일 저녁 한솔제지의 구사장과 동창제지의 이회장이 만난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동창제지의 이회장은 부도직후부터 기업을 살리고 직원의 생활안정을 위해
은밀히 매수자를 모색해 왔고 한솔제지 역시 백판지시장진출기회를 찾던중
서로 의사타진을 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게 된것.

특히 동창제지입장에선 회사재산보전처분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내긴 했으나
경영정상화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데다 소액채권자나 납품업체등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 매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창제지는 73년에 창업해 83년에 봉명그룹이 인수한 업체로 연간 19만t의
백판지를 생산해 대한펄프등과 더불어 백판지업계 3대메이커로 시장을
주도해왔다.

한솔제지는 현재 백판지를 생산하지 않고 있으나 지종다각화를 위해
대전에 연산 24만t 규모의 백판지공장을 내달중 착공키로 하는등 백판지
시장진출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한솔제지의 동창제지인수가 마무리되고 대전공장이 준공되면 한솔제지의
연간 백판지생산능력은 연43만 으로 기존의 최대업체인 대한펄프(연20만t)
의 2배에 이르는 국내최대 백판지업체로 떠오르게 된다.

<>.한솔제지는 지난 91년11월 삼성그룹에서 분리된뒤 의욕적인 사업확장과
다각화에 나서 관심을 끌고있다.

한솔제지는 최근 2년동안 조림및 중밀도섬유판업체인 한솔임산을 비롯
한솔화학 한솔건설 한솔파텍 한솔무역,그리고 레저업체인 IRC에 이르기까지
6개사를 신설하는등 사업확장을 적극 추진해왔다.

한솔제지는 제지 및 레저분야를 2개의 축으로 해서 2000년대에 대비키로
하고 지속적인 사업확장및 다각화를 해왔다.

이같은 사업확장에 대해 구형우 한솔제지사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

모기업인 한솔제지는 신문용지와 인쇄용지 정보용지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종업원 1천8백50여명에 작년매출이 4천7백80억원을 기록했고 올매출을
5천5백50억원으로 잡고있다.

<>. 봉명그룹은 고이동녕회장의 장남인 세무씨와 3남 승무씨가 맡고있는
봉명계열과 2남 병무씨와 4남 윤무씨의 아시아시멘트계열로 분할돼있는
상태. 한솔제지에서 인수할 동창제지와 지난해 10월 부도난 봉명산업과
도투락은 모두 봉명계열 기업들.

봉명그룹의 모기업인 봉명산업은 이번 동창제지매각추진이 회사정상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동창제지 부도원인이
봉명산업에 대한 4백50억원의 채무보증이기 때문에 매각대금을 회사
정상화 자금으로 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승무씨가
대주주인 봉명산업과 세무씨의 동창제지는 현재 상호출자지분이 거의
없는 상태.

봉명산업은 부동산매각등 자구노력을 통해 재기하겠다고 밝히고있다.
지난해10월 청구주택에 보문단지내 80여만평의 부지를 1천1백여억원에
매각하는데 실패,90여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고 부도를 냈으나
보유부동산을 처분하면 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 또는 법정관리
등도 고려하지 않고있으며 다른기업에 매각할 의사도 없는 것으로 알려
졌다.

지난1월말 이승무부회장(현민자당의원)친정체제로 바뀐 봉명산업은 매각을
추진중인 경주보문단지내 80여만평의 부지가 경주도시계획에 포함돼 자구
노력이 손쉬워져 자금사정이 상반기중 풀릴 것으로 낙관하고있다. 보문단지
내 부지규모가 커 지금까지 자구노력이 어려웠으나 도시계획 확정이후에는
상가 온천 콘도 호텔부지등 용도별로 나눠 팔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부지가격도 지난해 10월당시 1천1백억원이었던 것이 오는4월이후에는
3천억원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돼 총부채금액 1천9백여억원을 충분히
갚을수 있다는 것. 이와함께 경주시외곽지역 골프장부지 2백만평과 설악산
척산온천지역 3만평을 개발해 분양할 계획이다.

봉명산업은 지난해 부도이후에도 1천여명의 직원들이 일치단결하여 회사를
정상적으로 끌고 나가고 있다. 인천공장에서 자동차부품 냉장고부품등을
만들고 있으며 지난해말 봉명산업에 흡수합병된 도투락 평택공장에서도
냉동만두등을 계속 생산중이다.

봉명산업은 은행등 채권단에서도 회사재기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고 주장.
결국 봉명산업의 재기여부는 보문단지 80여만평 부지매각등 자구노력의
성사여부와 채권단이 얼마나 더 기다려줄지에 달렸다고 업계는 보고있다.

<김낙훈.현승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