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철강업체들의 영업실적은 "철강=호황업종"으로 인식됐던 점과 비교
하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자동차 전자 조선 건설등 주요 수요업종의
경기호전으로 판매가 호조를 보여 강관을 빼고는 매출이 대체로 크게 신장
됐다. 그러나 일부업체를 제외하고는 매출신장을 이익증가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고철값의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급증,채산성이 악화된데다 92년부터 93년에
걸친 대대적인 설비투자로 지급이자와 감가상각부담이 대폭 늘었기 때문
이다.

철강업체들의 영업실적은 또 주요생산제품이 무엇이냐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열연강판 냉연강판 도금강판등 주로 생산. 판매하는
판재류업체는 매출과 이익이 모두 늘어나는 호조를 보인 반면 고철을
원료로 쓰는 전기로업체들의 영업실적은 92년에 비해 별로 나아진게 없다.

강관업체들도 한국강관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단계까지 갔다는 사실이
암시하듯 호황과는 거리가 있다. 특수강업체 역시 매출은 크게 늘었으나
이익면에서는 내세울만한게 없다. 포항제철을 포함한 판재류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향상돼 철강업체들이 호황을 구가한 것처럼 보일뿐이지
실제로는 그다지 좋아진게 없다는 얘기이다.

국내최대 철강메이커인 포항제철은 지난해 매출은 6조9천2백9억원으로
12.0% 증가에 그쳤으나 경상이익은 무려 1백30.9%나 늘어난 4천9백82억원을
기록했다. 세후순이익도 2천9백46억원으로 59.2% 증가했다.

미국의 반덤핑 제소로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
실적이 이처럼 좋아진 것은 제품증산으로 고정비가 줄어든데다 도금강판등
고부가가치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동부제강도 매출은 별로 늘지않았으나 경상이익은 2백%나 증가했다.
자동차 전자등의 호황으로 판재류판매가 호조를 보인데 힘입은 것이다.
경쟁업체인 연합철강의 일시적 파업에 따른 반사적 이익도 수익성을
높여주는데 일조를 했다. 연합철강은 경상이익이 92년대비 7.4%증가에
그치기는 했으나 한달여간의 파업과 그에따른 후유증이 있었던 점을 감안
하면 크게 좋아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전기로 특수강 강관업체로 가면 상황이 판이하다. 전기로업체
중에서는 인천제철만이 소폭의 경상이익및 순익신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될뿐 동국제강 한보철강 한국철강 환영철강등은 경상이익에서 92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주력제품인 철근값이 작년말까지 묶여있었던 관계로
고철시세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의 증가를 보전하지못한데다 대규모 시설
투자로 지급이자와 감가상각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수강업체들의 경우엔 매출은 상당폭 늘었으나 가격조건이 개선되지않아
매출증가를 이익증대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기아특수강은 오히려 경상흑자
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삼미특수강도 92년과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있다. 기아특수강의 전자전환은 군산공장건설을 위해 외부차입
을 확대,그로인한 지급이자의 증가에 원인이 있다.

강관업체들은 이익은 물론 매출도 별다른 신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현대
강관이 25%안팎으로 평년작을 올렸을뿐 부산파이프와 한국강관은 5%이내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희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