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작년12월 산업활동동향은 지난해 8월이후
경기가점점 밝아지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을 수치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화학공업호황"가 "경공업불황"이라는 경기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진 가운데 이루어지는 경기회복이라는 점이다. 또 연말의 특소세인상
방침발표에 따른 "선취소비"에 의한 회복이 한쪽 바뀌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경기가 이제 확 돌아섰구나"라고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사실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먼저 경기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각종지표가 눈에 띠게 좋아지고 있다.
생산은 전년동기대비 11. 7% 늘어나 92년 6월이후 월별 증가율로는 가장
높았다. 82년 4월이후 계속 떨어지던 제조업의 평균가동률도 지난해 8월
이후 상승하더니 12월엔 82%까지 올라갔다. 공장의 생산능력 대비 생산량
으로 표현되는 평균가동률이 82-85%에 이르면 가동률이 정상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도소매판매액(전년동기대비 12%증가)이나 내수용내구소비재(21.
6%)도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각종 지표중에서 역시 가장 주목할 대목은 그동안 경기가 좋아진다
좋아진다하면서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던 투자와 고용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경기회복세가 이제 본궤도에 진입해 탄력을
받고있다는 증좌인 셈이다.

투자부문에서 선박을 제외한 기계의 수주가 11월보다는 32.5%,92년12월보다
13.5%씩 각각 증가했다. 더욱 특이한 사실은 이기간중 공공부문의 기계류
수입허가는 전년동기보다 40.9%나 줄어들었는데도 민간부문은 53.5%나 늘어
났다는 점이다. 민간경제가 작년 한해동안 사정바람으로 잔뜩 움츠렸다가
슬슬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설비투자가 아닌 건설수주도 훨씬 나아지고 있다. 지하철노선확장
서해안고속도로건설등으로 공공부문의 주문이 많았던데다 민간부문도
토지초과이득세를 물지 않기 위한 건물신설붐이 계속 되면서 건설경기는
경기회복을 측면에서 견인했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고용면에서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역시 "지표경기"는 좋아져도
"체감경기"는 않좋다는 작년 한해동안의 의심을 다소 누그러뜨릴 요인으로
등장한다. 연말특수등 계절적인 요인을 빼고 뽑은 계절조정실업률이 11월
2. 7%에서 2. 6%로 낮아졌다.

경기가 나빠 아예 취업을 포기한 전업주부등 비경제인구로 분류되던
사람들이 줄어들었는데도 실업률이 하락한 것은 구직전선에 뛰어들어
직업을 구한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좋은 징조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기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게
통계청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선 산업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어 중공업과
경공업의 간극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생산만 하더라도 작년 12월중에
중화학공업은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장비등을 중심으로 전년동기대비 17.1%
나 신장된데 비해 경공업은 0.7%가 감소됐다.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
는 여전히 않좋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게 통계청
조휘갑통계조사국장의 전망이다.

또 12월의 경기회복에는 허수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다. 자동차 기계의
판매량이나 백화점의 매출이 크게 늘기는 했으나 이것이 상당부분은
특소세인상방침이 발표되면서 이루어진 "실망소비"내지 "선취소비"에 의해
이루어진 이례적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표상 경기가 상당히 호전되고 있으나 "경기가 쭉 뻗어날 것인지는
아직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라는게 조국장의 진단이다.

<안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