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의 이번 인사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다지는 성격이 짙다. 우선 사장단의 인사이동이 전혀없고 그룹회장이 직접
챙길 부사장급이상의 인사도 단3명에 그쳤다.

인사권의 상당부분을 각계열사 최고경영진에 맡겨 권한을 주는 대신
경영책임을 뭍겠다는 자율경영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93년도
정기인사때는 김우중회장이 직접나서 최고경영진의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이뤘으나 올해는 중하위급임원 인사에 역점을 둬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각계열사의 최고경영진의 책임아래 올해 그룹경영목표를
달성하기위한 인사처방을 내리고 김회장은 이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우그룹측은 이와관련 "올해 인사는 자율경영체제의 안착과 경영실적
호조에 대한 성과인정 차원에서 사장단의 이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승진인사는 모두 1백85명으로 작년의 1백97명보다 적은편이어서
겉으로는 평온한 인사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실상은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이 실적중시의 자율경영체제를 의식한 듯 능력위주의 과감한
발탁인사를 단행,임원진에서 상당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주)대우 대우중공엄주등 주력업체에서는 임원급의 활발한 세대교체로
조직활성화를 꾀했다. 그동안 보편화되었던 승진연한이라는 개념부터
달라졌다. 올해는 연공서열을 중시하지 않고 승진한지 1년이상만 되면
승진대상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정기인사때 승진한 임원이 올해 또다시
승진대열에 끼어드는 사례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사나 상무로 승진한지 4~5년 지난 임원이 승진대열에서 탈락되는가 하면
3년안팎의 후임자가 발탁되는 과감한 인사가 실시되었다. 대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전체 승진임원의 15%를 해외및 기술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1~2년차 임원으로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술대우 세계경영"의 그룹경영목표도 반영되고 있다.

대우그룹이 기술혁명을 선언한 이후 기술인력을 우대하는 인사정책은
올해도 이어졌다. 전체 승진임원의 64%를 이공계에 할당해 그룹의 독자
기술력 확보에 비중을 두었다. 이는 지난해의 60%선보다 이공계출신의
발탁을 더욱 늘린 것이다.

대우그룹의 핵심 경영전략으로 기치를 내걸고 있는 "세계경영"의 의지도
강하게 반영되었다. 각사의 본부장급이상 고위임원을 해외의 현지책임
임원으로 발령, 해외부문의 위상을 높였다. 강력한 해외진출 드라이브정책
을 펴기위해서는 해외지사근무 인력을 격상시켜야 해외부문에 힘이 실린다는
계산이다.

계열사별로는 (주)대우의 무역부문의 승진인사가 돋보였고 전자 조선
건설등 지난해 경영실적이 호조를 보였던 부문에도 상당한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느해와 달리 경영실적호전 업체의 경우 이사부장 승진인원을 대폭 늘려
인사적채를 해소하려 애쓴 부분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김수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