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여의도 중소기협중앙회빌딩에 K협동조합이사장이 차에서 내려 들어
섰다. 때마침 P협동조합이사장이 로비쪽에서 걸어나왔다. 성격이 직선적
이기로 업계에서 이름난 P이사장은 K이사장의 손을 잡아 로비구석으로
끌어가더니 다짜고짜 물었다.

"형님 이번에 중소기협부회장을 할 생각이 있는 거요" K이사장이 응답
했다. "이거 괜한 트집잡지 마시오. 부회장할 마음이 있으면 당신이나
많이 하시오"

K이사장이 밝힌 내용이지만 이 에피소드는 요즘 중소기업계가 기협부회장
선임문제를 놓고 얼마나 술렁이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중소기업계가 이처럼 술렁이는것은 올들어 갑자기 부회장이란 커다란
감투가 3개나 늘어나서다. 지금까지 기협부회장자리는 2개(상근부회장
제외)밖에 없었다. 지난 연말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이 자리가
5개로 늘어난 것이다.

빠르면 내달 28일 있을 기협중앙회 정기총회 때 3명의 부회장이 새로
선임될 전망이다.

이 자리는 중소기업사장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오르고 싶은 자리다. 물론
기협회장에 곧바로 오르면 좋겠지만 부회장을 거쳐 회장이되는 것이 그동안
의 상례다. 황승민 전회장과 이석주 전회장도 부회장을 거쳐 회장이 됐다.
현재의 박상규회장도 마찬가지다.

부회장자리는 총회에서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했으나 이번 법개정으로
회장이 부회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회장의 인사권이 막강해진
셈이다.박회장의 결정에 따라 부회장자리의 당락이 판가름나게 됐다.

회장의 권한이 이렇게 막강해졌음에도 협동조합법을 개정할 때 업계 사장
들은이를 그다지 반대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첫째로는 부회장자리가 늘어나는데 대한 기대가 컸을 것이다. 둘째로는
투표과정을 거치지 않고 서로 양해와 합의에 의해 부회장이 되는 것이
모두에게 득이 된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원초적인 관심은 박회장을 둘러싼 중기조합이사장들의 인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박상규회장으로부터 이미 부회장을
맡아줄 것을 부탁받았다고 귀띔을 하기도 한다.

5명의 부회장중 여성부회장이 1명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심의
인물은 음식료품도매협동조합연합회이사장인 김희정 경원엔터프라이즈사장
(50). 유통분야협동조합조직화 활동등을 인정받아 박회장으로 부터 수차례
부회장자리 오퍼를 받았다는 얘기다.

김희정 회장외에도 박회장이 회장이 된 이후 스스로 중소업계에서 세력을
확장한 인물로는 이국노 프라스틱조합이사장(47. 지주사장)과 변정구 금속
가구조합이사장(52.삼신사장)등을 들 수있다.

그러나 박회장이 기협회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친했던 인맥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회장이 기협회장에 선출될 수 있었던 데는 김진태 공예
연합회 회장(53.썬무역사장)과 홍순직 과학기기조합 이사장(52.오리엔트
AV사장)의 공이 크다는 것은 업계에서 공통된 견해다. 이 두사람은 회장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를 맡아 투표권이 있는 협동조합이사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했다.

박회장과 가장 스스럼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같은 나이인
김장선 스텐레스강관조합 이사장(58.유성파이프사장)을 드는 사람이 많다.
김양묵 완구조합이사장(56.하비랜드사장)과 권오현 금형조합이사장(58.상진
정공사장)유희윤 제지조합이사장(63.중앙제지사장)등도 박회장의 자문역을
잘 맡아주는 이사장들이다.

업계 일각에선 박회장이 다음번 회장선거 때 부회장출신중에서 누가
박회장의 아성에 도전할 것인가에 대비해 부회장을 신중히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거물급을 너무 키울 수도 없는데다
이국노 이사장등 발언권이 강한 인물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견해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