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승 패스트백 자율주행 EV 컨셉트

애플이 선보일 자동차, 이른바 애플카를 두고 완성차 업계가 뒤숭숭하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애플과 자율주행 공동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고, 닛산 역시 애플카의 생산 업체로 전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애플과 완성차 업계의 동상이몽이 해결되기 힘들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편으론 애플카 데뷔가 기정사실화된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선 어떤 디자인으로 나올 지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실체가 밝혀진 건 없지만 애플 특유의 혁신을 듬뿍 담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래서 본지 구기성 기자가 애플카의 가상 외관 디자인을 그려봤다.

재미로 그린 애플카 예상도

애플카의 디자인은 미래지향 컨셉트가 강한 선행 디자인보다 현실을 반영했다. 가장 먼저 차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차종을 정했다. 고심 끝에(?) 5인승 패스트백을 선택했다. 미국의 애플이라면 RV보다 테슬라, 루시드, 피스커처럼 체구가 어느 정도 있는 세단 스타일을 따를 것 같다는 판단이다. 차체 크기는 대략 길이 4,860㎜, 너비 1,910㎜, 높이 1,430㎜, 휠베이스 2,910㎜로 테슬라 모델3와 모델S의 중간쯤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적재공간을 살짝 부풀려 모델Y 5인승에 가깝게 그렸다.

디자인은 맥북, 아이폰 등 애플의 주요 제품을 참고했다. 군더더기 없는 면 처리, 반듯한 모서리, 은근한 볼륨감 등이 그것이다. 차명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디바이스 명명 체계와 더 뉴, 올 뉴 등 완성차 업계의 흐름을 반영해 '더 뉴 아이카(The New i Car)'로 지어봤다.

외관 전면부는 전반적으로 둥글고 납작하게 만들었다. 후드는 맥북을 떠올릴만큼 모서리 하나 없이 단순하게 빚었다. 엠블럼 역시 맥북처럼 LED를 넣어 애플의 정체성을 살렸다. 헤드램프와 범퍼 양옆의 흡기구는 아이폰 측면의 버튼 디자인을 재해석했다. 전기차 답게 엔진을 식힐 라디에이터 그릴은 없지만 그 자리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마련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그래픽 구현은 물론, 전방 보행자나 선행 차 운전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장치다. 그릴 아랫부분의 패널은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을 위한 레이더, 라이다 등의 센서를 담는 곳이다. 아이폰 상단의 디자인을 응용했다.

재미로 그린 애플카 예상도

측면은 매끈한 실루엣의 패스트백 스타일로 빚었다. 색상은 투톤이다. 후드와 루프, C필러 등은 맥북의 마그네슘 바디에서 영감을 얻은 회색이다. 나머지 아랫부분은 아이폰처럼 몇 가지 정도의 색상을 제공하는 구성이다. 타원형의 측창은 가장 많은 고민을 한 디자인 요소다. 애플이 활용하는 선의 기법을 반영하기 어려워서다. 답은 오래된 매킨토시 G3, G4에서 찾았다. 측창 아랫부분은 검정색 하이그로시로 처리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냈다. A필러 아래의 쪽창엔 사이드미러를 대체하는 미러캠을 장착했고 그 아래엔 라이다를 숨겼다. 도어 핸들은 공력성능을 위해 히든 타입으로 채택했다. 지문 인식이나 '밀어서 잠금 해제' 같은 기능을 담으면 더 어울리겠다. 도어는 프레임리스 구조를 적용했다.

후면부는 오목하게 깎아내렸다. 차체 후미를 빠져나가는 공기의 와류를 줄이기 위한 구조다. 여기에도 맥북의 디자인을 활용했다. 디스플레이 기술로 구현하는 테일램프 아래엔 충전구를 설치해 미니멀리즘을 표현했다.

재미로 그린 애플카 예상도

재미로 그린 애플카 예상도

이렇게 막상 애플카를 그려놓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차가 있다. 기아가 2010년 선보인 레이 컨셉트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한때 조지아 공장 생산이 언급됐던 기아의 컨셉트카와 묘하게 닮았다. 복선일까.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