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이 다루는 최고 550마력 SUV
-정교한 움직임과 민첩한 핸들링 인상적


포르쉐 라인업은 성능에 따라서 크게 기본형과 S, 터보로 나뉜다. RS나 GT3처럼 상징성을 드러내는 트림도 있지만 대부분은 세 트림에서 선택이 이뤄진다. 이중 '기본형'은 포르쉐와 친해지기 위한 시작점 역할을 한다. 브랜드 정체성에 맞춰 충분히 역동적인 실력과 운전 재미를 뽐낸다. 'S'는 출력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성능을 한껏 끌어올린 차다. 적극적인 스포츠 주행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알맞다. 마지막으로 '터보'는 하드코어 성격을 강조한다. 일상과 트랙 사이를 오가며 성능의 한계치를 시험할 수 있다.

[시승]우아하지만 날카로운 몸짓, 카이엔 쿠페 터보

[시승]우아하지만 날카로운 몸짓, 카이엔 쿠페 터보


터보는 차종에 상관없이 폭넓게 적용 중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출시한 카이엔 쿠페에도 터보 배지를 달았다. 500마력이 넘는 강한 출력을 거대한 덩치와 높은 차체가 버텨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 심리와 함께 어떻게 단점을 극복하고 짜릿한 성능을 보여줄지 설렘도 공존했다. 복잡한 감정을 풀기 위해 시승을 나섰다.

▲디자인&스타일
카이엔 쿠페 터보는 3세대 신형 카이엔을 바탕으로 만든 쿠페형 SUV다. 그만큼 전체적인 느낌은 카이엔과 비슷하다. 큼직한 헤드램프와 차분히 내려앉은 보닛 라인, 위로 바짝 치켜세운 범퍼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쪽 공기흡입구는 뜨겁게 달아오른 엔진 열을 빠르게 식히기 위해 전부 뚫려있다. 반듯한 사각형 모양과 함께 살이 얇아서 유독 크게 느껴진다.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마음에 드는 구성이다.
[시승]우아하지만 날카로운 몸짓, 카이엔 쿠페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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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은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바짝 눕힌 A필러와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의 효과가 컸다. 카이엔보다 세련된 모습이며 단번에 스타일을 강조한 쿠페형 SUV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한껏 부풀린 앞뒤 펜더와 무지막지한 크기의 22인치 휠, 노란색 브레이크 캘리퍼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뒤는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모양의 일체형 스포일러와 트렁크 부드럽게 내려앉은 유리창이 매력적이다. 또 가로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는 클리어 타입으로 처리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트렁크 끝에 추가로 붙인 탄소섬유 장식과 블랙 카이엔 터보 필기체도 자부심을 드러내는 요소다. 투톤 범퍼와 양쪽으로 두 개씩 나눠 뽑은 대구경 배기구, 300㎜가 넘는 타이어는 위압감이 들 정도다.

실내는 최신 포르쉐 패밀리룩이 느껴진다. 타코미터를 제외한 전자식 계기판과 큼직한 12.3인치 와이드 모니터, 터치와 햅틱이 적절히 섞인 센터터널도 마찬가지다. 양 끝에 위치한 세로형 송풍구와 센터터널 주변 손잡이는 남성적인 이미지다.
[시승]우아하지만 날카로운 몸짓, 카이엔 쿠페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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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급스러운 변속레버와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 잡은 크로노그래프,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 등 차를 꾸미는 요소들도 온통 화려하다. 다만 인포테인먼트 구성이 복잡하고 공조장치 부근도 직관성이 떨어져 익숙해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시승차는 1,520만원짜리 '경량 패키지'를 넣었다. 선루프 대신 탄소섬유로 지붕을 마감했고 안쪽은 알칸타라를 덮었다. 이와 함께 포르쉐 헤리티지 패턴을 넣은 직물 및 가죽 혼합 시트가 들어갔다. 도어와 센터페시아 곳곳에는 카본 패널을 추가해 역동적인 이미지도 강조했다. 호불호가 나뉠 구성이지만 중량이 21㎏ 줄어들고 무게중심도 낮아진다고 생각하면 만족스럽게 다가온다.

넉넉한 실내공간은 새 차의 장점이다. 통합형 헤드레스트를 갖춘 1열 스포츠 시트는 18방향으로 조절 가능하다. 2열은 두 개의 개별 시트를 장착했다. 여기에 추가 비용 없이 3개 좌석으로 구성한 시트도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2열의 엉덩이가 닿는 시트 바닥은 카이엔보다 30㎜ 낮아 여유로운 머리 위 공간을 확보했다. 트렁크는 기본 625ℓ로,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540ℓ까지 늘어난다.
[시승]우아하지만 날카로운 몸짓, 카이엔 쿠페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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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카이엔 쿠페 터보는 V형 8기통 4.0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 78.6㎏·m의 성능을 낸다. 8단 팁트로닉 S 변속기를 맞물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로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3.9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86㎞/h에 달한다.

시동을 켜면 강한 소리와 함께 등장을 알린다. 하지만 곧바로 숨을 죽이고 차분하게 성격을 고친다. 일반 모드에서 주행을 이어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예민하지 않고 가속페달 반응도 침착하다. 과연 550마력짜리 고성능 SUV가 맞을 정도로 부드럽고 여유롭게 움직인다. 도심 속에서 무난하게 다루기에도 큰 불편이 없을 것 같다. 쉽게 말해 터보를 붙인 포르쉐 차라고 해서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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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3,000rpm이 넘어가면 성격을 고치고 으르렁거리며 빠르게 달려나갈 준비를 마친다. 본성을 깨우기 위해 스포츠 모드로 돌렸다. 엔진 회전수가 뛰고 가속페달 반응도 예민해진다. 차는 거친 소리를 토해내며 도로 위를 시원하게 질주한다. 스로틀 양이 한참 남았지만 이미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놓는다. 고속 안정성이 뛰어나 체감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예상보다 높게 찍혀있는 계기판 속 숫자를 보는 순간 급하게 브레이크에 발을 옮긴다.

소리는 적당하다. 크고 굵은 소리는 아니지만 충분히 듣기 좋은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 흥분을 자극하는 소리를 기대했다면 다소 아쉽겠지만 주변 사람들과 차를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더 낫다. 가변 배기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서킷이나 고요한 산길에서는 사운드를 만끽하며 달릴 수 있다.

차의 진가는 스티어링 휠을 요리조리 돌렸을 때 나온다. 속도와 상관없이 즉각적인 움직임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orsche Dynamic Chassis Control, PDCC)의 역할이 한몫했다. PDCC는 고속으로 코너링할 때에 롤링을 억제시켜 차체를 수평으로 유지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시승]우아하지만 날카로운 몸짓, 카이엔 쿠페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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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에어서스펜션과 사륜구동 시스템이 맞물려 최적의 접지력과 안정성을 보여주는 포르쉐 전매특허 기술이다. 신형 카이엔 쿠페 터보에 들어간 PDCC는 구동을 위해 48V 배터리를 넣었다. 매끄럽게 출발하거나 여분의 출력을 내던 기존의 역할을 벗어나 오로지 PDCC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만 쓴 것이다.

결과는 환상적이다. 차선 이동 시에는 마치 옆으로 순간 이동을 하는 기분이 든다. 이러한 반응은 와인딩 도로에서 절정을 이룬다. 빠른 속도에서 코너를 들어가고 탈출 시점을 앞당겨도 차는 불안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정확하게 라인을 그리며 한 몸처럼 움직일 뿐이다. 2t이 넘는 대형 SUV라는 사실은 일찌감치 사라졌고 박스터나 911 같은 본격 스포츠카를 모는 것 같다. 물리력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에 놀라움과 당황스러운 마음이 공존하며 저절로 감탄사를 쏟아낸다.
[시승]우아하지만 날카로운 몸짓, 카이엔 쿠페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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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SUV 중 처음으로 들어간 어댑티브 루프 스포일러도 인상적이다. 포르쉐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의 핵심으로 시속 90㎞ 이상에서 135㎜까지 확장돼 뒷바퀴 접지력을 높인다. 다운포스 증가 및 공기저항도를 줄이는데 멋과 기능의 장점을 동시에 챙긴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차가 달릴 때만큼은 이름처럼 오리지널 쿠페로 변신하며 운전자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준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노멀 모드로 돌린 뒤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최신 반자율주행 기능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크루징에 도움을 준다. 차간 거리에 따른 가속과 브레이크 반응, 차선 유지 등은 무난한 수준이다. 이와 함께 에어서스펜션은 안락한 승차감을 내세워 세단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피로도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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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카이엔 쿠페 터보는 고성능 SUV가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서 만든 차다. 검증을 마친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팔색조 매력을 지닌 서스펜션과 신들린 핸들링 실력은 감동적이다. 여기에 포르쉐만의 방식으로 활용한 48V 배터리의 힘은 놀랍고 대단했다. 지금까지 접해본 포르쉐 PDCC 중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반응과 차체 움직임을 선사했다.

다양한 요소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 운전을 하는 순간만큼은 SUV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무게중심 낮고 안정적인 스포츠카의 한 종류일 뿐이다. 한편으로는 뒤늦게 쿠페형 SUV 시장에 뛰어들어도 불안하거나 조급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포르쉐의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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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 쿠페 터보는 좋은 길만 만나면 운전자에게 가장 큰 웃음을 주는 주인공이다. 가격은 기본 1억8,060만원이며 몇 가지 선택품목을 더한 시승차의 가격은 2억2,85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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