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설계 등 주요 과정에 VR 기술 활용
-25% 시간 단축과 15%의 비용 절감 통해 수익성 획기적으로 높여


현대기아자동차가 디자인부터 자동차 개발 전 과정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했다. 그동안 축적한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자동차를 VR로 띄워 실제 부품을 적용하며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신차 개발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것. 이를 통해 기존 대비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을 25%, 비용은 15% 절감할 수 있게 된 것.

[르포]VR로 자르고 붙이고…자동차 만들어보니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를 찾아 연구원들과 경연진들이 활용하는 VR 프로세스를 직접 체험해 봤다. 회사는 지난 7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하고 '버추얼신차개발실'을 신설함으로써 새 시스템의 전사적인 적용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 왔다.

버추얼개발이란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혹은 주행 환경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실제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간소화한 방식이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그때그때 디자인을 수정해 즉시 품평까지 진행할 수 있다. 기존 시제작차에서 검증하기 어려웠던 오류를 신속히 확인하고 개선해 최종 양산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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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디자인 품평장'은 회사가 지난 3월 150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시설이다. 20명이 동시에 VR을 통해 디자인을 평가가 가능한데 각도와 조명에 따라 실제 차를 보는 것처럼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 안으로 들어가 인테리어를 살펴보고 일부 기능을 작동할 수도 있다. 이 날은 현대차가 최근 공개한 수소컨셉트 트럭 '넵튠'의 디자인을 가상으로 띄어 시연했다. 테슬라의 세미트럭 등 경쟁트럭도 동시에 비교 감상도 진행했다.

품평장 내의 36개의 모션캡쳐 센서는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무려 1㎜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해 가상의 환경 속에서 정확하게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게 돕는다. 실제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트럭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실내에 구비된 각종 편의장치도 실제처럼 구현도 가능했다.

또 평가자들은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부품과 재질, 컬러 등을 수시로 바꿔보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으며 프랑스 파리 등의 장소까지 소환함으로써 시공간별 디자인 적합성을 평가함으로써 최적의 디자인을 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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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시스템 도입은 가히 혁명에 가깝다. 선행 디자인 모델을 일일이 실물로 제작하는 자원 소모를 줄일 수 있고 창의력을 바로바로 적용해 무궁무진한 가상의 디자인 데이터를 풍부하게 쌓아 추후 최적화 과정을 거쳐 가장 가치가 높은 디자인을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산차 디자인을 선정하기 위해 재질과 색상 등을 실제로 구현한 모델을 일일이 제작해야 했던 과정도 과감히 생략할 수 있어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이날 김광현 현대기아차 디자인모델 개발 실장은 "유럽과 미국, 중국, 인도 등 각국에 위치한 디자인센터에서 근무중이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가상 공간에서 함께 디자인을 완성하고 평가에 참여하는 원격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라며 "아이디어 스케치 등 초기 디자인 단계로까지 VR 기술을 확대하고 실제 모델에 가상의 모델을 투영해 평가하는 AR(Augmented Reality) 기술도 도입하는 등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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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지난해 6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올해 출시한 신형 쏘나타(DN8)에 첫 적용해 시범 운영을 해왔다. 차의 설계 부문으로부터 3차원 데이터를 수집, 디지털 차를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안전성과 품질, 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디지털 방식은 2D 환경에서 주행 화면을 보는 것에 불과해 실제 차의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은 차의 운행 환경까지 가상으로 구현해 부품 간의 적합성이나 움직임, 간섭, 냉각 성능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직접 VR 장비를 착용하고 최근 출시한 3세대 K5를 운행해 봤다. 운전석에 앉아 구형 K5와 A필러의 개방감과 시계성 등을 실시간으로 비교가 가능했다. 무엇보다 원하는 부분을 마음대로 절개해 엔진의 움직임이나 부품의 작동 상황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에어로다이내믹 테스트, 트렁크와 후드, 와이퍼 등 각 부품의 작동 상태도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실제 차 에서 불가능했던 검증이 가능해짐에 따라 실물 평가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점이나 개선 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회사는 향후 생산·조립라인 설계에도 VR을 도입해 조립성을 검증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조립 라인과 작업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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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개발프로세스는 향후 현대기아차의 모든 신차에 적용한다. 이를 통해 획기적으로 줄어든 개발 기간과 비용은 회사의 수익성을 큰 폭으로 높여줄 예정이다. 이를 새로운 연구개발에 다시 투자하면서 실질적인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더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가 아닌 '품질'로 승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된 현대기아차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화성=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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