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줄이면 수입산 가격 경쟁력 떨어져

중국 정부가 올해 안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금보다 최고 67% 삭감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중국 재무부는 주행거리 400㎞ 이상 배터리 전기차(BEV) 구매 보조금을 5만 위안에서 2만5,000위안으로 줄이라고 각 지방 정부에 통보했다. 아울러 구매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버스 주행거리도 250㎞ 이상으로 강화했다. 정부 보조금을 제조사가 이익으로 흡수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게 명분이다.

그러자 삭감에 앞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다. BMR 컨설팅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 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99.3% 증가한 14만9,000대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배터리전기차(BEV)는 127.9% 늘어난 11만5,000대에 달했다. 보조금 삭감 소식에 기업과 소비자가 앞다퉈 만들어 낸 결과다. 기업은 보조금이 많을 때 한 대라도 더 팔아야 보조금으로 수익이 보장되고 소비자 또한 보조금이 있을 때 사야 이익이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2020년 이후에는 전기차 보조금을 아예 없애기로 했다. 배출 규제는 높일테니 기업이 보조금 없이 알아서 판매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전기차의 주요 경쟁력인 '가격'의 힘이 지금보다 높아지도록 유도한 셈이다. 중국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친환경차 구매의 명분은 '환경'이지만 사는 사람의 속내는 대부분 '경제성'인 만큼 기업 스스로 원가 절감에 나서라는 메시지다.
[하이빔]중국 정부의 '전격 EV 작전'

여기서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중국차 밀어주기' 전략이 드러난다. 먼저 중국 스스로 질문을 던져봤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가격이 3,000만원이고 해외 생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가격이 4,000만원이라고 할 때 소비자는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그 결과 보조금이 사라져 전기차 가격이 오를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가 가격 면에서 유리하다는 예측에 도달했다. 나아가 중국 내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해외 기업이 전기차를 중국에서 판매하려면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이 경우 부품 가격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조달처가 관건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다시 말해 배터리를 중국에서 공급받아야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은 셈이다.
-친환경차 중국 생산, 독자 경영권 인정
-해외 기업 전기차, 중국서 배터리 조달 유도

여기에 더해 중국이 해외 자동차기업의 정당한 경영권을 인정키로 한 점도 고려됐다. 해외 기업이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그동안 무조건 중국 내 토종기업과 50:50 합작을 해야 했지만 앞으로 친환경차 생산이라면 해외 기업의 독자 경영권이 인정된다. 그러자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이 중국에 독자적인 전기차 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합작 의무화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해외 기업들에게 독자 경영권은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이미 BMW는 지난해 중국 내 최초로 합작 파트너인 화천그룹(华晨集团)과 협의를 통해 BMW 지분을 2020년에 75%까지 높이기로 합의했다.
지난 2018년 중국 국가발전개발위원회가 오는 2022년까지 자동차 분야에서 외국 주식 소유 제한을 없애겠다고 선언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 내 토종기업이 충분히 성장한 데다 생산 과잉에 따른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특장차와 친환경차에 대한 외자 지분 제한이 사라졌고 2020년에는 상용차, 2022년이면 승용차도 제한 규정이 없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중국 내 완성차기업의 경쟁력을 독려하는 동시에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친환경차 생산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 때 해외 기업이 저렴한 중국 토종 전기차와 경쟁하려면 중국산 배터리를 조달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내에서 한국 배터리의 보조금 지급 여부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미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확정한 만큼 보조금이 허용된다 해도 기대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금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목표는 보조금 없는 전기차 선진국이고, 이를 통해 중국 배터리 산업을 키우려는 '전격 EV 작전'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