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크기에서 오는 존재감
-풀사이즈 SUV의 이상적인 표본


에스컬레이드는 탄생 배경부터 남다르다. 미국 럭셔리 브랜드 경쟁이 치열하던 1990년대 후반 링컨이 대형 SUV 내비게이터를 출시하면서 인기몰이에 나섰다. 그러자 캐딜락은 곧바로 경쟁이 될 만한 럭셔리 SUV 개발에 들어갔고 1998년 에스컬레이드를 세상에 내놓는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하지만 1세대는 GM 산하 픽업트럭 전문 브랜드인 GMC의 유콘을 기반으로 개발, 상품성이 다소 떨어졌다. 캐딜락은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지만 당장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향이 시선을 끌 만한 디자인이다. 상징과도 같은 격자무늬 그릴과 세로형 사각 램프, 거대한 크롬 휠, 각진 차체가 대표적이다. 수려한 외모 덕에 많은 사람들이 차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인기와 판매로 이어졌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그리고 마침내 2013년 10월 뉴욕오토쇼에 신형 에스컬레이드를 선보였다. 디자인은 물론 뼈대와 파워트레인, 차를 꾸민 각종 옵션과 소재까지 바꿔 상품성을 높였다. 국내에는 2017 서울모터쇼에 공식 등장했고 올해는 편의품목을 늘린 플래티넘 트림이 새로 추가됐다.

▲디자인&상품성
첫 인상부터 압도적이다. 생각보다 훨씬 크고 우람하다. 수치만 봐도 얼마나 큰 차인지 가늠할 수 있다. 5,180㎜의 길이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보다 길고 각각 2,045㎜, 1,900㎜인 너비와 높이는 국산 대형 SUV의 수치를 뛰어넘는다. 크기를 부각시키는 디자인도 한 몫 한다. 직선으로만 이뤄진 캐릭터 라인과 각을 살린 차체 형상은 웅장한 분위기를 만든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모든 공기를 흡입할 것처럼 보이는 그릴과 촘촘히 박힌 큼직한 LED 헤드램프가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높이를 고려해 전동식 스텝게이트가 마련됐고 사이드미러는 차체를 감안해 세로로 길고 크다. 휠 하우스는 넉넉해서 22인치 휠이 커보이지 않는다. 뒷모습은 에스컬레이드의 상징과도 같은 세로형 테일램프와 트렁크 정중앙을 지나는 금속 소재, 새로운 캐딜락 로고도 멋을 더한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실내는 최신 캐딜락 제품들과 흐름을 맞췄다. 화려한 디지털 계기판과 유광 검은색으로 칠한 센터페시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터치식 공조장치까지 모두 익숙한 모습이다. 대형 SUV답게 수납 공간은 넉넉하다. 도어 안쪽에 여러 겹으로 나눠져 있는 공간은 물론 컵홀더와 글로브 박스도 큼직하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세심함은 실내의 숨은 장점이다. 캐딜락이 내세우는 수작업 방식인 '커트 앤드 소운' 기법을 이용해 실내를 꾸몄다. 천연가죽과 진짜 나무, 스웨이드 등 고급 소재를 적절히 사용한 게 특징이다. 패널 사이 단차는 찾아보기 힘들고 세련된 색 조합과 깔끔한 마무리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플래티넘만의 차별점도 눈에 띈다. 시트에는 마사지 기능을 넣었고 음료를 차갑게 유지시켜주는 센터콘솔 쿨러를 추가로 마련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냉각에 적당한 온도로 활성화되며 500ml 페트병 6개를 담을 수 있다. 2열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강화했다. 1열 헤드레스트에 모니터를 추가해 각 자리에서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또 별도 DVD 플레이어 기능은 물론 USB, SD, RCA 포트도 준비했다.

▲성능
높고 커다란 보닛 아래에는 최고 426마력, 최대 62.2㎏·m의 토크를 내는 V8 6.2ℓ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카마로 SS와 같은 V8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에스컬레이드에 들어간 것은 에코텍3로 불리는 LT1을 트럭용으로 손 본 엔진이다. 초반 가속은 적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한번 탄력을 받으면 거침없이 질주한다. 4,000rpm을 넘어가면서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은 기대 이상이다.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놀라움은 더 커진다. 육중한 덩치와 높은 시트포지션 덕분에 빠르게 달릴 때 스릴은 스포츠카 못지않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가속감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은 소리다. 다기통 대배기량 엔진에서 오는 풍부한 엔진음은 일품이다. 스로틀을 조금만 열어도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며 질주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예민한 가속 반응과 함께 중저음 바리톤 사운드가 더 커진다. 귓가를 자극하는 소리 때문에 자꾸만 속도를 올리고 싶은 욕심이 든다. 감성을 건드리는 소리는 경쟁차와 다른 에스컬레이드만의 매력 포인트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변속기는 이 급의 차에는 과분하다 싶은 자동 10단. 효율을 생각한 항속 기어는 8단부터 유지된다. 실용 영역에서 변속 반응은 차분하다. 유럽차처럼 즉각적이지 않지만 거대한 차를 움직이기에 무리가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엔진 부담이 줄고 한결 매끄러운 감각을 유도하는 데 유리한 세팅이다.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강하게 잡아주기보다 꾸준한 응답성으로 멈춰 세운다. 조급하고 빠르게 달리는 차가 아니라는 뜻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V8의 패기와 오른발의 끈기는 코너에서 타협을 이룬다. 5m가 넘는 길이와 2m에 육박한 높이는 굽이치는 고갯길에서 저절로 속도를 줄이게 된다. 핸들링과 하체 세팅도 역동적인 주행과 거리가 멀다. 컨셉트를 고려했을 때 단점은 아니다. 오히려 서스펜션은 제 능력을 200% 발휘한다.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게 차체를 잡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초당 1,000회에 걸쳐 노면 상태를 감지하고 즉각 반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합을 이룬 덕분에 도로의 결함을 잘 걸러내고 편안한 승차감을 일궈낸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총평
에스컬레이드는 캐딜락을 상징하는 SUV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한 차로 거듭났다. 커다란 크기와 광활한 실내 공간은 주변 시선을 사로잡고 운전자는 당당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고급스러운 감각과 최신 편의 품목은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세심한 마감은 미국차의 편견을 무너트린다.
[시승]당당한 자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차의 컨셉트를 충실히 따른 여유로운 엔진과 안락한 승차감도 포인트다. 풀사이즈 SUV의 정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케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해 1억3,817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 롤스로이스, "판매 늘었지만 희소성은 여전"
▶ 타다, 택시와 손잡고 '타다 프리미엄' 선보여
▶ [영상]SUV의 방향 제시, 인피니티 올 뉴 QX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