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만원 대중차 브랜드에서 330만원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뛰어들어
-소유와 공유 사이, 과도기적 상품으로 인기

매일 기분에 따라 차를 바꿔 타면 어떨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매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매월 새로운 차를 이용할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구독경제)'가 뜨고 있다. 차를 여러 대 소유하지 않고도 선선한 날씨엔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오픈톱 스포츠카를, 주말 가족 나들이엔 넉넉한 미니밴을, 부모님과 함께하는 장거리 여행엔 대형 세단을 탈 수 있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타던 차 싫증나면 바꾸는 '서브스크립션', 뭐길래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활발히 전개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정기구독과 상거래를 조합한 말로 국내에선 '구독경제'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사업자가 상품을 선별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미 화장품이나 생활필수품에서 출발해 꽃이나 의류, 식품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 영역에서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소유와 공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따라 시작됐다. 구매 직후부터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자동차를 장기적으로 소유하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과, 때로는 차를 소유하고픈 욕망도 적지 않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따라서 소유와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완전한 공유 개념의 서비스보다 어느 정도 소유욕과 구매욕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과도기적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몰려든다. 또 최근엔 남들보다 신차를 먼저 경험하려는 얼리어답터 혹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차종을 타려는 소비자 위주로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선보였으며 캐딜락과 포르쉐, 벤츠, 아우디, 볼보, 현대자동차 등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캐딜락의 '북 바이 캐딜락'은 월정액 1,500달러(약 167만 원)를 내면 1년간 최대 18회까지 모든 차종을 이용할 수 있다. 포르쉐 '패스포트'는 월 2,000~3,000달러(약 223만~334만 원)에 최대 22종을 바꿔 가며 탈 수 있다. 아우디는 월 1,395달러(약 155만 원)를 지불하면 5종을 한 달에 두 번 변경할 수 있다. 볼보 '케어 바이 볼보'는 월 650달러(약 72만 원)에 2종을 운전할 수 있다. 현대차는 월 279달러(약 31만 원)부터 시작하는 상품을 통해 4종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월정액 안에는 자동차 임대 가격과 보험료, 유지보수비 등을 모두 포함한다.

자동차회사들이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에 나서는 이유는 '체험'과 '판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서다. 우선 프리미엄 브랜드는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 위주로 다양한 차종을 통해 제품 경험을 늘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에 구애를 덜 받는 소비층이어서 평소 본인이 선호하는 차종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얻는다. 반면 대중차 브랜드는 체험을 통한 판매확장을 노릴 수 있다. 실수요자에게 여러 차종의 경험기회 제공은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자동차회사가 시승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해당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이용할 때 비용이 조금 비싼 점이 단점이다. 단기적으로는 구매보다 비용이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스나 렌털과 다른 개념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가 세계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며 "자동차기업 입장에서는 점차 줄어가는 자동차 이용과 판매에 대한 돌파구로, 소비자에겐 보다 합리적 소비로 주목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타던 차 싫증나면 바꾸는 '서브스크립션', 뭐길래

한편, 국내에서는 볼보자동차코리아가 2년 내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도입을 검토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케어 바이 볼보'를 준비중으로, 2년 내 XC40 외 새로운 차와 함께 출범할 것"이라며 "파이낸스 서비스 등 따라야 하는 필수요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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