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생산 늘어도 보조금 없으면 안 사
-EV 보조금, 내연기관에 부과 방안도 검토

1대당 1,200만원의 중앙정부 보조금과 최대 800만원에 달하는 자치단체 보조금 가운데 하나만 없어도 올해처럼 현대차 코나 EV, 쉐보레 볼트 EV 등에 구매가 몰릴 수 있었을까? 완성차업계와 학계 등의 전문가는 물론 소비자까지 대답은 '아니오'에 몰린다.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400㎞ 내외로 늘어난 만큼 충전 횟수가 줄어 일부 번거로움은 줄었지만 여전히 전기차 구매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막대한 보조금이다.
[하이빔]전기차, 생산해봐야 살 사람 없으면

이런 현상은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중국 베이징 시정부가 2020년까지 사용해야 할 전기차 보조금 규모는 68조원에 달한다. 1대당 평균 1,700만원 정도를 지원하는 셈이다. 당연히 EV 보급이 늘어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자 중국은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을 25% 줄였고, 독일 또한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1조5,000억원에 묶었다. 그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편에선 EV 판매를 강제하고 있다. 중국은 자동차회사에게 2019년부터 전체 판매의 10%를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신에너지차(New Energy Vehicle) 의무 판매제다. 한국도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 도입에 관심을 가지면서 일부 제조사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입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한 마디로 보조금은 줄이되 제조사 의무 판매를 늘려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사들의 돌파구는 '주행거리연장'이 전부다. 충전 인프라 속도가 늦고, 무조건 전기차를 팔아 규제를 충족해야 한다면 전기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줄이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그게 바로 주행거리 확장이고, 이는 곧 충전 횟수 감소로 연결된다.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100㎞인 것과 300㎞의 차이는 극명하기 때문이다.
[하이빔]전기차, 생산해봐야 살 사람 없으면

그런데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게 고민이다. 보조금이 줄어드는 만큼 원가 부담도 낮아져야 하는데 생각만큼 비용 절감이 쉽지 않다. 10년 전 리튬 가격이 비쌀 때 대량 생산되면 리튬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 가격이 많이 내려왔지만 이번에는 삼원계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 값이 폭등했다. 결국 배터리기업을 중심으로 코발트 대체 물질을 찾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재를 찾아도 다른 소재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모두 한정된 땅 속에서 캐내는 것인 만큼 석유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물론 배터리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블룸버그 신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h당 689달러였던 배터리 가격은 2030년 73달러 수준으로 떨어진다. 현재는 소재 가격이 오르지만 장기적으로 안정화되고, 에너지밀도가 배터리 팩 기준 1㎏당 200Wh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이다.

관건은 이런 전망이 현실이 될 때까지 보조금을 유지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수준에서 소비자들이 용도에 따라 수송 에너지를 선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서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이 사라지면 구매력이 떨어지고, 판매가 어려우면 제조사 또한 원가 충당에 부딪쳐 배터리 투자를 앞당길 수 없다. 의무 판매제를 통해 많이 만들어 놓아봐야 팔리지 않을 수 있는 데다 보조금 감소로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중국 내 대표적인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감소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최대 91%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전기차 보조금이 그만큼 절대적인 이익을 뒷받침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조 원가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니 보조금의 일부를 수익으로 삼은 상황에서 보조금이 줄어드니 그대로 수익도 곤두박질 친 형국이다.

따라서 전기차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려면 보조금을 대체할 만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다. 그러자면 여전히 내연기관차를 많이 팔아야 한다. 당장은 전기차 개발자금이 내연기관차 판매로 충당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리고 보조금도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제 아무리 부자 나라여도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최근 전기차 보조금을 내연기관차에서 얻어내는(?) 방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차에 부담금을 물려 이를 전기차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경우 중대형차 판매가 줄어 정부 세수도 감소한다. 게다가 내연기관차 줄면 유류세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친환경차 보급이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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