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레인지로버 벨라, 우아함에 터프한 가속… 7가지 주행모드 갖춰
운전을 하려고 스마트키를 눌렀더니 문에 숨어있던 손잡이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10.2인치 크기의 고화질 터치스크린 2개가 센터패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조작 패널) 위아래로 탑재돼 시선을 사로잡았다. 태블릿PC 2대가 실내 인테리어를 가득 채운 느낌이었다. 이를 두고 랜드로버코리아는 ‘터치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고 명명했다.

레인지로버 벨라(사진)를 타고 서울 도심 120㎞ 구간을 달렸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장치는 다양한 그래픽으로 전환되는 계기판이었다. 운전 중 차량 정보 버튼을 디스플레이로 옮기고 지도 전체 화면을 클릭했더니 계기판 전체가 내비게이션으로 전환됐다. 싱글다이얼 보기를 눌렀더니 전자식 속도계로 바뀌고, 듀얼다이얼 보기로 들어가면 속도계와 엔진회전 영역이 표시됐다.

공조장치를 갖춘 아래 모니터에선 실내 온도, 시트 상태, 주행 모드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 7가지 주행모드를 바꿀 때마다 차량 안의 그래픽이 달라졌다. 각종 기능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면서 조작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주행 중 차선을 넘어가니 차선이탈방지 그래픽이 계기판에 표시됐다. 스티어링 휠 위치를 바꾸는 ‘틸트 앤 텔레스코픽’ 장치가 운전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부착된 것도 이색적이었다.

외관 생김새는 전체적으로 우아함이 강조됐다. 전면부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닮았다. 뒷부분은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비슷했다. 랜드로버 측은 “벨라는 레인지로버 패밀리에 새로운 차원의 화려함, 모던함, 우아함을 부여한다”고 소개했다.

우아한 외모와 달리 터프할 정도로 힘은 넘쳤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1.0㎏·m, 배기량 1999㏄의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를 품었다. 타이어 휠은 20인치였다. 교통량이 적은 늦은 저녁을 이용해 올림픽대로와 내부순환도로에서 성능을 체험해봤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더니 엔진음이 거칠었다. 몸집이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어서 세단처럼 민첩하진 않았다. 하지만 가속할 때 느낌은 묵직했다. 남성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기어 변속은 다이얼 방식이어서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패들시프트를 조작해야 했다.

벨라는 랜드로버코리아가 작년 하반기 출시한 최신형 모델이다. 지난 1월까지 650대 팔렸다. 크기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스포츠 중간급이다. 시승한 벨라 D240 SE 가격은 1억원 선이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