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치는 산업계] 원화 강세로 휘청대는 車업계, 파업 위기까지 겹쳐 '설상가상'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파업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한국GM 노조가 지난 9일 파업을 결의한 데 이어 르노삼성 노조도 14일부터 2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내 시장

1위 현대·기아차도 이달 초부터 임금·단체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통상임금 확대를 주장하는 노조와의 의견 차이로 좀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가뜩이나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으로 해외 시장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2분기 이후 영입이익 감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까지 겹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한순간에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저환율 때문에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인데 파업까지 겹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지 모른다”(완성차 관계자)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통상임금에 발목 잡힌 완성차

[악재 겹치는 산업계] 원화 강세로 휘청대는 車업계, 파업 위기까지 겹쳐 '설상가상'
르노삼성 노조는 14일 올 들어 자동차 업계 처음으로 파업을 벌인다. 오후 2시45분부터 4시45분까지 두 시간 동안 생산라인을 멈추고 파업 출정식을 열 계획이다. 노조는 14일 부분 파업을 마친 뒤 15일 협상을 재개하자고 사측에 통보했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부분 파업으로 일종의 무력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노조는 기본급 11만9700원 인상을 요구하면서 희망퇴직 등 회사 측의 고용 조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도 9일 찬반투표 끝에 조합원 69.3%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한 뒤 실제 돌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7일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이 “파업만은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호샤 사장은 “한국GM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는 것을 글로벌 GM 관계자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경쟁력과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장은 결국 생산 물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GM 노사는 추가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지만 정기상여금, 휴가비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회사가 받아들이기 힘들어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올해는 기본급 인상 외에 통상임금까지 더해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며 “여름 휴가가 시작되는 다음달까지 추가 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3일부터 임단협 협상에 들어갔지만 통상임금 문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은 “2012년 임금협상 합의에 따라 통상임금은 대표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다른 문제부터 다루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는 “소송은 과거 임금 문제일 뿐”이라며 “향후 통상임금은 협상을 통해 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2010년부터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뤘던 쌍용차 노사는 올해 통상임금 이슈를 넘어 5년 연속 무파업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파업 앞세워 몰아붙이는 노조

완성차 업계는 원화 강세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는 24일로 예정된 현대차의 2분기 실적 발표에 환율 충격이 고스란히 담길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이 벌써부터 잇따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 2조4065억원에 비해 10% 안팎 줄어든 2조1000억~2조2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 신차 출시와 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율 영향으로 2분기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환율이 계속되면 3분기 이후 전망도 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5일 실적을 내놓는 기아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도 비슷한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국내 완성차 5사의 매출은 약 4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파업까지 터지면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100여일간의 임단협 기간 동안 잔업과 특근 중단 등으로 5만191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은 1조225억원을 기록했다. 기아차도 작년 2만3271대 생산 손실과 4135억원의 피해를 봤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원화가치 상승으로 가격 경쟁에서 해외 브랜드에 밀리고,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차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치이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서는 파업이 결정적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은 노사가 힘을 합해도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다”며 “노사 모두 파업은 ‘공멸의 길’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