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엠트론 직원이 구미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원자재인 고무를 넣고 있다. /LS엠트론 제공
LS엠트론 직원이 구미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원자재인 고무를 넣고 있다. /LS엠트론 제공
진한 고무 냄새에 날카로운 기계음이 가득한 공장 한쪽 벽. ‘품질은 기본, 혁신은 필수, 원가는 생존’이라는 플래카드가 선명하다.

28일 찾은 경북 구미시 진평동 LS엠트론 자동차부품사업장은 활기가 넘쳤다. 24인치 롤에서 나온 검은 고무 띠는 압출기를 거치자 다양한 굵기의 호스로 변했다. 한쪽에선 금형 삽입기로 호스 모양을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파이프와의 연결고리를 덧붙였다.

자동차 한 대에 필요한 호스는 60여가지. LS엠트론은 안전과 직결된 브레이크 호스, 파워스티어링 호스뿐 아니라 고연비에 필수적인 CAC(Charged Air Cooler) 호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11년 전만 해도 어둠 속에서 가동을 멈췄던 공장이다. 1997년 뛰어들어 10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자동차 부품사업은 LS엠트론의 ‘미운 오리 새끼’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10년 적자 버틴 車부품 '고진감래'…LS에 넝쿨째 굴러온 3000억 사업
마침내 2007년 10월 처음 흑자로 돌아선 뒤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어느새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과 독일, 일본과 미국 등 세계 14개국으로 수출하며 2009년 400억원도 안 되던 매출은 지난해 789억원으로 3년 만에 70% 이상 성장했고, 올해는 1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히타치의 자동차부품사업 이관이라는 날개까지 달고, 2015년엔 지난해의 다섯 배가 넘는 매출 4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히타치와의 인연은 LS가 LG에서 분리되기 전부터 시작됐다. LG전자는 1978년 히타치제작소와 컬러 브라운관 기술제휴를 체결한 이후 30년 이상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16년 전 LG전선에 전선사업 노하우가 자동차용 호스와도 관련이 있다며 사업 진출을 권한 것도 히타치였다.

이에 LS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히타치전선과 기술협력 계약을 맺었다. 최정일 공장장은 “경쟁사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기존 히타치 고객사들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기술 역량을 더 강화해 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허규찬 자동차부품사업부장(이사)은 “부품 수주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네트워크(공장 위치), 커뮤니케이션, 로열티”라며 “히타치는 이 다섯 가지 요소에서 오랜 협력 관계를 맺어온 LS가 최적이란 판단을 내린 듯하다”고 말했다.

LS엠트론은 히타치의 해외 공장도 일부 인수해 수출 비중을 50%에서 2015년엔 90%까지 늘릴 계획이다. 우선 자체적으로 2015년 브라질, 2016년 인도네시아 자동차부품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미주, 유럽, 남미, 아시아에 있는 히타치 고무 호스 관련 공장 인수 여부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LS엠트론은 브레이크 호스 분야에서 2015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도 세웠다.

구미=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