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원래 사탕수수밭이었습니다. 사탕수수를 원료로 에탄올을 생산하던 곳이 최첨단 자동차 생산기지로 탈바꿈했습니다.”(파르자스 네그리 피라시카바 시장)

현대자동차는 1976년 중남미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수출하며 해외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30년 만인 2006년 중남미 누적 수출 100만대를 달성했고 작년 10월 200만대를 돌파했다. 포니를 첫 수출한 지 36년 만에 현대차는 중남미 최대 자동차시장인 브라질에 공장을 준공했다. 1992년 브라질에 처음으로 엑셀 1400대를 수출한 지 20년 만이다. 이로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0년간 그려온 글로벌 지도가 완성됐다. 현대차는 2002년 이후 중국, 미국, 인도, 체코, 러시아 등지에 생산 기지를 마련, 7개국 10개 공장에서 265만대를 생산하게 됐다.


○생산네트워크로 위험 분산

현대차는 브라질공장 완공으로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 등을 잇는 글로벌 생산네트워크를 구축, 전 세계 시장 상황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미국 30만대(이하 연간 기준) △중국 100만대 △인도 60만대 △터키 10만대 △체코 30만대 △러시아 20만대 △브라질 15만대 등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해외공장 생산 비중도 59%로 높아졌다. 주요 경쟁 업체들의 해외 생산 비율(작년 기준)은 도요타 60%, GM 79%, 혼다 72%, 폭스바겐 70%, 닛산 75% 등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라질공장 가동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한 생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어느 한 공장이 파업이나 재해 등으로 정상가동이 안되더라도 글로벌 생산 시스템 속에서 극복할 수 있는 체질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년 현대차 터키 공장 생산능력이 10만대에서 20만대로 늘어나고, 2014년 기아차 중국 3공장(30만대)이 완공되면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능력은 현재의 369만대에서 409만대로 증가한다.

해외 공장의 효과는 지난 3분기 실적에서 잘 드러났다. 현대차는 지난 7~8월 노조 파업으로 8만대가량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3분기 국내공장 판매(39만2107대)는 작년 동기보다 11.7% 감소했다. 반면 해외공장 판매(60만2060대)가 11.1% 늘면서 전체 실적이 0.9% 증가했다.

○현지 공장 없으면 경쟁 불가능

브라질의 완성차 수입관세는 35%에 이른다. 여기에 배기량에 따른 공업세 7~25%, 상품세 12%, 사회기여세 11.6% 등이 붙는다. 작년 12월부터 현지 생산이 아닌 차량에 대해 공업세율을 30%포인트 높였다.

과도한 세금 탓에 한국에서 수출하는 준중형 모델 아반떼는 브라질에서 7만5000헤알(약 4300만원)에 팔린다. 현지 공장을 갖춘 업체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GM, 폭스바겐, 피아트,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브라질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중남미 공략 강화

현대차는 브라질공장 준공으로 브릭스 4개국(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브릭스 자동차 수요가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불황을 버텨낼 안전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산업수요가 4.8% 성장한 데 비해 브릭스 4개국 판매(2515만대)는 8.5% 증가했다.

중국은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됐다. 브라질은 2010년 이후 세계 4대 자동차 시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도는 6위, 러시아는 7위 규모의 시장이다. 지난해 브릭스 4개국의 차량 판매량은 2515만여대로 세계 자동차 수요(7380만대)의 34.1%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브릭스에서만 총 19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게 됐다. 해외공장 전체 생산능력의 74%에 이른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라질공장은 현대차 해외공장으로는 처음으로 지구 남반구에 지어졌다”며 “브라질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남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라시카바(브라질)=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