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6일 사상 최대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이 11.4%로 12%대인 BMW를 제외하면 전 세계 자동차업체 중 최고 수준이다.

내수 침체로 국내 판매가 계속 줄었어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해외 시장에서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해외 시장에서 ‘싸구려 차’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제값 받기’에 성공한 덕분이다.

◆내수 비중 15%대로 하락

현대차는 하반기 세계 자동차 수요가 유럽 경제위기 여파 등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지 전략형 차종 출시와 자동차 할부금융상품 강화 등으로 연초 세운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가 한국 차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실물경제 간담회’에서 “현대차의 유럽 판매 물량은 현지에서 90% 생산되는 만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 혜택이 크지 않아 세이프가드 발효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32만7963대를 팔았다. 작년 상반기보다 4.6% 줄어든 수치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14.9% 늘어난 185만4805대를 판매했다. 상반기 내수 판매 비중은 15%로 사상 최저치로 내려갔다. 현대차의 내수 비중은 △2004년 26.3% △2006년 23.3% △2008년 20.5% △2010년 18.2% △2011년 16.8% 등으로 매년 줄어왔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지역별 판매량을 보면 미국은 35만7000대로 작년 동기보다 10.5% 늘었다. 경제위기의 진앙지인 유럽에서도 작년 동기보다 3만대 이상 늘어난 23만3000대를 팔아 15.4% 성장했다. 중국(36만5000대)에서는 4.4%의 판매 신장률을 나타냈다.

◆연초 목표 달성 가능할 듯

현대차는 유럽 위기로 세계 자동차 수요가 당초 예측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실적을 내놓은 지난 4월에는 전 세계 수요를 7760만대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7710만대로 예상치를 낮췄다. 미국(1430만대)은 예상보다 수요가 늘고 유럽(1409만대)과 중국(1295만대·승용차 기준)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유럽 시장이 상반기보다 위축되겠지만 i30 신차와 i20 페이스 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출시에 힘입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도 전체적인 수요는 줄겠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며 “베이징 3공장에서 하반기에 싼타페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해외 시장에서 제값 받기와 고급차 판매 확대, 신소재 개발을 통한 원가 절감, 금융상품 강화 등을 중장기 성장전략으로 제시했다. 이 부사장은 “높아진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질적 도약을 이룬 뒤 해외 공장 추가 건설 등 양적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차 개발 전략에 대해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클린 디젤차,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선행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며 “수소연료전지차는 기술력 면에서 세계 자동차업계 톱5에 들어가 상용화 전 단계까지 왔다”고 소개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