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신형 5세대(5G) 그랜저가 준대형차 시장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성공한 중년층의 상징인 그랜저가 6년 만에 풀 체인지(full model change · 섀시는 물론 디자인을 신차 수준으로 전면 변경하는 것) 모델로 나온 뒤 국산 경쟁차는 물론 수입 중대형차 판매까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13일 출시된 신형 그랜저 계약대수는 하루 평균 1000대 이상이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사전계약을 포함하면 주문은 이미 3만대를 넘어섰다. 생산을 맡은 아산공장에서 월 1만대 정도 출고되기 때문에 계약 후 차량 인도까지 두 달 이상 걸리지만 주문 수요는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수입차 관계자는 "중대형 모델을 중심으로 수입차 판매에도 영향이 있다"며 "그랜저 바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왕의 귀환'…럭셔리 세단 혈투 시작됐다
◆신형 그랜저,뭐가 달라졌나


현대차는 40대 남성을 신형 그랜저의 주된 수요층으로 잡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50대와 30대의 성공한 자영업자와 직장인을 수요층으로 끌어들여 내수시장에서 연간 8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럭셔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차 답게,고급스런 느낌을 최고로 중시해 신형 그랜저를 통해 고객들이 자존심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디자인과 성능,안전 및 편의장치 등에서 프리미엄차 이미지가 최대한 뿜어져 나오도록 했다는 얘기다.

외관은 에쿠스의 중후함과 쏘나타의 날렵함을 절충했다. 쏘나타 디자인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중년층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도 외면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앞 · 뒤 바퀴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가 65㎜ 늘면서 실내공간도 넓어졌다.
'왕의 귀환'…럭셔리 세단 혈투 시작됐다

동력 성능 역시 동급 최강이다. 2.4ℓ 및 3.0ℓ 직분사(GDi) 엔진은 출력이 종전보다 10% 이상 늘어났다. 2.4ℓ GDi 엔진의 최고출력은 201마력으로 이전 2.7ℓ DOHC 엔진의 195마력보다 오히려 높다. 3.0ℓ GDi 엔진도 기존 3.3ℓ 엔진 성능을 앞선다.

기본 장착된 9개 에어백 외에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섀시통합제어시스템(VSM),급제동경보시스템(ESS)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첨단 안전장치를 대거 채택했다. 앞 차량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주행하는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컨트롤(ASCC)은 국산은 물론 수입차 가운데서도 처음이다.

◆3000만원대 고급 세단들의 혈투

'왕의 귀환'…럭셔리 세단 혈투 시작됐다

신형 그랜저 출시 이후 기아자동차 K7,GM대우자동차 알페온,르노삼성자동차 SM7 등 국산차는 물론 도요타 캠리,혼다 어코드,닛산 알티마 등 일본 중형 및 준대형차들은 신차 판매에 비상등이 켜졌다. 3000만원대 모델은 일본 메이커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차급이다. 지난해 캠리 4241대,어코드 3742대,알티마 2589대 등 일본 메이커들의 3개 차종만 1만여대가 팔렸다.

현대차는 그랜저의 브랜드 파워는 물론 상품력에서 국산차는 물론 일본차에 크게 앞서는 만큼 수입차에 뺏긴 준대형차 시장을 부분적으로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2.4 GDi 모델과 일본차의 주력인 도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닛산 알티마 등 2.5ℓ 모델을 비교해보면 동력 성능과 연비,실내 넓이 등에서 그랜저가 낫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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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도요타 혼타 닛산은 그랜저 돌풍을 막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닛산은 고객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키로 했고 도요타와 혼다는 그랜저의 판매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마케팅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형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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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출시 후 고객들이 갖는 궁금증 중 하나는 제네시스와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엔진 성능과 안전 · 편의사양 등 그랜저의 상품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만큼 제네시스를 굳이 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현대차는 관계자는 "후륜 구동의 대형차 제네시스는 전륜 구동의 준대형차 그랜저와 차급이 전혀 다른 차"라며 "그랜저는 6단 자동변속기인 반면 제네시스엔 (앞으로) 8단이 들어가고 더 부드러우면서도 파워를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제네시스는 BMW 5시리즈나 3시리즈,벤츠 E클래스 정도에 포지셔닝된 모델인 반면 그랜저는 고급화한 전륜구동 세단을 목표로 했다"고 전했다.

경쟁 상대가 제네시스는 유럽 럭셔리카,그랜저는 일본 메이커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세단이라는 의미다. 가격도 그랜저는 3000만원대,제네시스는 4000만~5000만원대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대차는 홈페이지 차종 구분에서도 그랜저는 쏘나타 등과 함께 승용군으로,제네시스는 에쿠스와 함께 럭셔리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