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가 시작됐다. 고유가 여파로 해외 여행객이 예년에 비해 줄어든 대신 실속형 국내 여행파가 크게 늘었다. 자동차를 타고 산으로,바다로 떠나는 가족 여행객이 그만큼 많아질 것이고 주요 도로는 피서객의 차들로 가득 메워질 게 분명하다는 얘기다. 이럴 때 일수록 자동차 사전 점검은 필수다. 자칫 막히는 도로 한가운데서 자동차가 멈춰서 버리면 자신은 물론 다른 가족의 여행도 망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운전자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것들은 반드시 미리 챙겨본 뒤,필요하면 카센터 등에 차를 맡겨 장거리 여행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올 여름 안전하고 즐거운 자동차 여행을 위한 점검법을 소개한다.

◆외부를 꼼꼼히 살펴라

자동차를 세워둔 주차장 바닥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바닥에는 에어컨을 켰을 때 정상적으로 나오는 물 이외에 어떤 액체도 떨어져 있어서는 안된다. 만약 검은 기름이 떨어져 있다면 반드시 카센터 등에서 수리하고 여행을 떠나야 한다.

바닥에 떨어질 수 있는 액체는 대체로 다섯 가지다. 검은색 오일이라면 엔진오일이 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붉은색 오일은 자동변속기나 파워스티어링(유압식 조향장치) 오일이,초록색은 부동액이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노란색 또는 투명한 색깔은 브레이크나 클러치 오일일 수 있다. 에어컨 작동 때 떨어지는 물(응축수)은 자동적으로 생성돼 나오는 것인 만큼 문제되지 않는다.

범퍼나 램프들이 접촉사고에 의해 손상된 부분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조그만 램프 손상이 빗물의 실내 유입을 부를 수 있다. 문짝과 트렁크에 방수 및 방풍을 위한 고무는 오래됐을 경우 교체해주는 게 좋다. 또 소음기가 부식되지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엔진룸을 점검하라

엔진룸에선 엔진오일부터 체크해야 한다. 평지에 안전하게 주차한 다음 시동을 끄고 엔진오일 게이지를 꺼내서 깨끗이 닦은 뒤 다시 넣었다 빼어 그 양을 확인하면 된다. 부족한 경우는 보충을 해주면 된다. 운전석 계기판에 있는 엔진오일 경고등은 압력을 나타내는 경고등이지 오일 양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브레이크액과 변속기 오일도 봐야 한다. 브레이크액이 부족하다면 브레이크 패드나 라이닝 같은 마찰재도 같이 교환해야 할 개연성이 크다. 유리 세정액 체크도 중요하다. 냉각수 및 각종 벨트 점검도 필요하다. 냉각수 부족은 엔진 과열을 부른다. 다만 겨울철에 채운 부동액을 바꿀 필요는 없다.

각종 벨트는 육안으로 점검하면서 실밥이 늘어지지 않았는지,낡아서 갈라지지 않았는지 먼저 확인하고 손으로 눌렀을 때 아주 단단해야 정상이다. 에어컨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을 때나 급가속시 '삑~'하는 소리가 들리면 벨트 장력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터리와 파워 스티어링 오일 역시 꼭 살피는 게 좋다. 야간 외진 곳에서 배터리가 나가면 큰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모든 전기장치를 켜고 시동을 걸었을 때 경쾌하게 엔진음이 들리면 정상이다. 정비센터에 들러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파워 스티어링 오일은 양이 부족하면 운전대를 돌릴 때 '끽~'하는 소음이 나온다. 에어 클리너도 갈아주는 게 좋다. 오래된 에어 클리너는 고장을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비가 나빠지는 원인이 된다. 엔진 룸에 늘어지거나 찢어진 고무 부품이 없는지도 고루 살펴야 한다.

◆실내도 들여다봐라

먼저 사물함과 트렁크를 말끔하게 정리하는 게 좋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비싼 연료만 낭비시킬 뿐이다. 비록 개개의 무게는 작지만 뭉쳐지면 큰 중량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건 뒤 기어 중립 상태에서 엔진 떨림은 없는지,운전대까지 심한 진동이 오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또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밀리는 느낌이 든다면 정비사에게 맡겨 라이닝 간극이나 브레이크 작동 케이블을 조정하는 게 좋다.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 전조등과 후미등이 정상 작동하는지도 봐야 하고 에어컨 바람의 세기도 점검이 필요하다. 만약 에어컨 바람소리는 큰 데 시원하지 않거나 나오는 풍량이 적다면 실내 공기필터가 막혔거나 냉매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조치가 필요하다. 공기정화 필터도 반드시 점검해야 호흡기 건강에 좋다.

◆미리미리 타이어 점검하라

타이어 관리는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타이어 접지면에 있는 마모 한계선까지 고무가 닳았는지를 보고 확인하고 닳았다면 교환해야 한다. 자칫 빗길 운행 때 타이어가 물 위에 떠서 미끄러지는 수막현상으로 인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 공기압은 평소보다 10% 정도 높여주는 게 좋다. 예비 타이어도 챙겨야 한다.


◆비상용품을 준비하라

안전한 자동차 여행을 위해서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손전등과 배터리 충전을 위한 점프 케이블,타이어 탈착 공구 등을 포함한 공구함,바닥표시용 페인트와 카메라,삼각표지판 등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아울러 자동차가 고장났을 때나 사고 발생 때에 대비해 자동차 회사 연락처와 보험사 연락처도 반드시 챙겨둬야 한다.

만약 사고가 났다면 상대방과 다투지 말고 보험사에 곧바로 연락하는 게 바람직하다. 스프레이와 카메라를 이용해 현장상황을 보존하고 목격자를 확보해 두면 도움이 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