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아렉'을 운전할 때엔 조심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가속 페달을 밟게 되고,속도에 무감각하게 만든다.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과속 운전자가 되는 차가 투아렉이다.

가속 페달을 조금 밟았더니 속도가 쑥 올라간다.

고속주행 때엔 계기판을 계속 들여다 봐야 했다.

소음이나 진동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속도계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는 어느새 200.다른 차선에서 달리던 차들이 순간적으로 뒤로 밀려나는 것을 보고서야 속도를 너무 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고가 높은 SUV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순발력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운행차량은 안전을 위해 최고 속도가 225㎞(계기판 최고 속도는 320㎞)로 제한돼 있다.

이번에 시승한 차의 정식 명칭은 '투아렉 V10 5.0 TDI 인디비주얼'.배기량 4921㏄ 짜리 10기통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다.

무게가 155t에 달하는 '보잉 747' 비행기를 거뜬히 끌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차다.

전 세계 SUV 가운데 가장 강력한 디젤 엔진을 달았다는 게 폭스바겐 측의 설명이다.

최고 출력은 313마력(3750rpm),최대 토크는 무려 76.5kgㆍm(2000rpm)다.

국내 SUV시장을 석권한 현대차의 '베라크루즈'(최고 출력 240~264마력,최대 토크 35.5~46kgㆍm)나 아우디의 'Q7 4.2 콰트로'(최고 출력 350마력,최대 토크 44.9kgㆍm)와 비교해도 전혀 무색하지 않다.

SUV의 진가는 자갈밭 진흙길 모래밭 바윗길 등과 같은 오프로드 상황에서 발휘된다.

강력한 토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다.

투아렉은 고속도로가 아닌 울퉁불퉁한 산길에서 더욱 자신감있게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안전을 고려한 각종 첨단 장비들도 돋보였다.

4륜구동 '4모션'은 미끄러운 도로 등 노면 상태에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투아렉에 적용된 에어 서스펜션은 스포츠ㆍ컴포트ㆍ오토모드 3가지다.

운전자가 마음대로 승차감을 조절할 수 있는 셈이다.

승용차의 하부구조(언더보디)를 사용하는 일반 SUV와 달리 전용 하부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이유다.

가격은 1억2700만원.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