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7주 만에 80달러선 붕괴…원유 재고 증가·중동 긴장 완화 영향 [오늘의 유가]
美 달러화 강세 전망에 WTI 3.6% 하락
중동 긴장 완화 조짐에 원유 가격 일제히 내려
자료=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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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강세 전망과 중동 긴장 완화로 국제 유가가 7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6회 연속 기준 금리를 동결하며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원유 재고가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4월 30일)보다 2.93달러(3.58%) 하락한 배럴당 79달러로 마감했다.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WTI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국제 원유 벤치마크인 7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ICE유럽 선물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2.89달러(3.35%) 하락한 배럴당 83.44달러에 거래됐다. 12월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WTI, 브렌트유 가격/자료=오일프라이스
WTI, 브렌트유 가격/자료=오일프라이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미국의 원유 재고 상승 및 원유 수요 감소가 국제 유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미국 휘발유 수요가 4주째 일일 900만배럴 이하로 떨어지며 정유 업체 가동률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는 730만배럴 늘어난 4억4090만배럴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110만배럴 감소를 웃도는 수치다.

EIA는 수출이 감소하고 정유소의 생산 능력이 줄며 원유 재고분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원유 수입은 27만4000배럴 늘어난 일일 680만배럴, 수출은 130만배럴 감소한 일일 390만배럴로 집계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석유 수요 증가량을 일평균 140만배럴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JP모간이 예측한 일평균 200만배럴을 밑도는 수치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도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미 중앙은행(Fed)은 이날 열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5.25~5.5%인 기준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금리 인하 결정에 접근할 때 조심스럽고 신중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고 (금리인하를) 더 확신하려면 이전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금리인하가 지연되면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석유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이 진전되며 유가 상승 압력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부터 가자지구 구호 확대를 위해 중동 지역 순방 일정을 시작했으며, 1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휴전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