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견제 속 화웨이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31조원에 육박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우리나라 R&D 예산과 맞먹는 수치다.

화웨이, 기술개발에 31조…올해 '韓 R&D 예산' 넘는다
31일 화웨이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23%에 해당하는 1647억위안(약 30조60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매출 대비 비중은 사상 최대였던 2022년(25.1%)보다 감소했지만, 매출 증가로 전체 투자금은 늘었다.

이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R&D 비용 총액인 28조3397억원을 크게 넘어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비용을 전년보다 13.7% 늘렸지만, 화웨이보다 아직 적다.

화웨이의 투자금은 우리나라 지난해 R&D 예산과 맞먹는 수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31조100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26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내년 R&D 예산은 다시 30조원대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창업주인 런정페이의 뜻대로 창립 초기부터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 R&D에 종사할 정도다. 지난 10년간 화웨이가 R&D에 쏟은 자금은 1조1100억위안에 이른다. 그 결과 화웨이는 2017년부터 세계 특허출원 건수 1위 기업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R&D 투자에 힘입어 화웨이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속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7나노 칩을 장착한 5세대(5G) 통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선보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화웨이는 또한 최근 5나노 칩을 제조할 수 있는 ‘자가 정렬 4중 패턴화(SAQP)’ 기술과 관련한 기술 특허를 중국 당국에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허우쿤 화웨이 회장은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연이은 도전을 통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