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충격 완화 구조물 '펜더' 있었으면 피해 줄었을 것"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부딪혀 무너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의 대형 교량에 지금은 일반화된 충격 완화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미 매체 폴리티코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붕괴된 볼티모어항의 2.6㎞ 길이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는 47년 전인 1977년 완공된 다리로, 선박 충돌 시 충격을 완충하는 교각 보호 구조물 '펜더'(fender)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도로와 다리 건설 기준을 정하는 '미국 주도로 및 교통행정관협회'(AASHTO)는 1994년 선박 충격을 완충할 수 있게 설계되지 않은 다리에 펜더와 같은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는 구식 교량에 펜더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메릴랜드주 당국이 이번 사고 교량에 펜더 설치를 검토한 적이 있었는지 불분명하다.

주 교통부는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붕괴 볼티모어 교량, 보호 구조물 설치 규정 비켜가"
미시간대학의 셰리프 엘-타일 교수(토목·환경공학)는 키 브리지가 1990년대 만들어진 기준에 맞게 설계됐더라면 이번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사메 바디 교수(토목·환경공학)도 펜더가 선박을 완전히 멈추게 하지는 못해도 피해 규모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 브리지 건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초대형 선박을 예상하지 못했고, 이후 선박의 대형화에도 교량 보호 구조물 설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키 브리지 붕괴 사고를 낸 '달리'호는 길이 약 300m, 폭 약 48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적재 가능 물량은 1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달한다.

이 선박의 길이는 한국 63빌딩 높이(약 249m)를 훨씬 웃돈다.

1970년대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은 달리호의 4분의 1 크기였다.

현재 평균 선박 크기는 1970년대 후반과 비교해 6배 커졌다.

짐 티몬 AASHTO 전무이사는 달리호의 이번 교량 충돌 충격에 대해 "항공모함이 다리에 부딪히는 것과 같다"며 보호 구조물 설치로 비극적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