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사우디·UAE와 갈등 시기 뉴스맥스에 거액…트럼프 환심 얻으려"
"투자 전후 카타르 비판 보도 통제 지침"
"카타르 왕실 인사, 4년 전 친트럼프 언론에 670억원 투자"
카타르의 한 왕실 인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에 친트럼프 매체인 뉴스맥스에 약 5천만달러(약 670억원)를 투자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카타르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왕실 인사가 뉴스맥스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결정이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문제의 투자자는 전 카타르 정부 관료이자 런던에 본사를 둔 투자펀드 헤리티지 어드바이저스의 소유주인 셰이크 술탄 빈 자심 알 타니다.

투자 시기는 사우디와 UAE가 카타르의 테러 단체 지원 의혹을 제기하며 외교, 경제적으로 봉쇄하던 2019년과 2020년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UAE 입장에 섰기 때문에 카타르로선 미국 내 우호 여론 형성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고 WP는 지적했다.

여기에 보수 성향의 뉴스맥스는 경쟁상대였던 폭스뉴스와 경쟁을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태였다는 것이 당시 뉴스맥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토퍼 루디와 대화했던 인사들의 전언이다.

오랜 기간 언론계에 몸담았던 루디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의 마러라고 클럽의 고정 멤버일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뉴스맥스 전·현직 직원들은 카타르의 투자 시기를 전후해 보도국 간부들이 카타르 관련 뉴스를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카타르 인권 기록물과 이주노동자 처우에 관한 논의를 피하는 등 카타르 관련 보도의 강도를 완화해야 했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뉴스맥스 직원 중 한명은 "카타르를 비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며 "하향식으로 매우 분명하게, 이 문제는 건드리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루디 CEO는 또 2018년 방송에서 방송 중 카타르에 관해 언급한 여성 진행자를 구두로 질책했다고 한다.

뉴스맥스는 2017년과 2018년에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QIA)과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뉴스맥스와 헤리티지 어드바이저스는 뉴스맥스에 대한 카타르 왕실 인사의 투자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ICIJ가 확보한 관련 문서의 존재를 확인한 뒤 투자 사실을 인정했다.

ICIJ가 입수한 문서는 조세 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있는 제네시스 트러스트에서 유출된 10만여건의 파일 중에서 찾아낸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비상장기업인 뉴스맥스의 기업가치는 1억∼2억달러(약 1천342억∼2천686억원) 정도이다.

한편 헤리티지 어드바이저스 측은 당시 투자는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을 뿐 카타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투자에 숨은 동기가 있다는 추측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맥스도 카타르에 비판적인 기사들이 수도 없이 나갔다며 카타르 투자유치를 전후해 카타르 관련 보도에 통제가 있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