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바운드 여행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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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우 하나투어ITC 대표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 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외국인 관광객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현재 2000만 명 수준인 것을 2027년까지 30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국내 대표 인바운드 여행사인 하나투어ITC 이제우 대표에게 외국인의 한국 방문 현황과 과제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진 이유다. 이제우 대표는 하나투어의 법인영업 분야에 오래 몸담다 2023년 하나투어ITC 대표 자리에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인바운드 여행(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으로 오는 것)이 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회사의 판단에 따라서다.
Q 최근 세계 최대 국제관광박람회인 ITB베를린에 방문했다. 반응은 어땠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크게 높아진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약 40개 업체와 미팅을 했다. 네트워크가 없던 미국 시애틀, 조지아주와 루마니아, 헝가리 등지 업체도 미팅을 요청해왔다.
ITB베를린은 매년 3월 열린다. 올해 관람객은 10만 명, 참가국은 170여 개국으로 집계됐다고 하는데 전에는 개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도 겸했지만 올해는 철저히 B2B로만 운영한 것이 달라진 점이다.
한국은 한국관광공사가 중심이 돼 국내 26개 대표 인바운드 여행 업체와 관광벤처, 지자체를 모아 한국관을 꾸렸고 반응은 뜨거웠다. 물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은 K-컬처 덕분이다.
아이돌이나 OTT 영화가 뜨면서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많아진 거다. 그들의 관심도 경복궁이나 남산타워가 아니라 방탄소년단(BTS)이 방문한 밥집, 한국 예능에서 본 한국만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Q 한국 여행에 관심 갖는 배경이 재미있다.
유튜브가 한국 관광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은 유튜브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같은 유명인이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한국의 일상을 체험해보고 싶어 한다.
슬픈 현실이지만 아직도 한국은 여행의 데스티네이션(목적지) 개념이 약하다. 유럽인에게 아시아 대표 여행지는 중국이나 일본이다. 한국은 그 나라 여행 중에 가까우니 잠시 들르는 경유지 정도다.
우리가 프랑스 여행 가는 김에 독일도 가볼까, 하는 것과 같다. 인천공항에 아직 전 세계 직항이 다 갖춰지지 않았고 지역 공항이 국제공항급 수준도 아니니 한국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 여행을 오려는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서다.
한강에서 치맥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보고, 서울에서 등산을 하거나 밤에 길거리 노포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한다. 동남아 사람들은 서울지하철 경험 때문에 오기도 한다.
Q 여행 상품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코로나19 기간에 아이돌 그룹 BTS가 평창에서 찍은 오리지널 콘텐츠인 ‘인더숲’으로 여행 상품을 만들었는데 큰 인기를 얻었다. 버스 하나에 40명 안팎이 타는데 최소 10개국 사람이 모여서 BTS 이야기만 한다. 멤버들이 먹었던 간식거리인 소떡소떡 꼬치를 맛보면서 그렇게 즐거워한다.
요즘 뜨는 아이돌 중 세븐틴이 인천 공연을 하는데 많은 외국인이 몰려온다. 한국이 궁금해서 오는 게 아니라 아이돌 그룹 공연을 보기 위해 왔다가 지역 관광도 하는 식이다. 해당 여행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었다. Q 한국에서의 체험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가.
성형이나 피부과 방문 같은 의료 여행도 목적인 경우가 많다. 방문하면 상담에서 수술이나 시술이 논스톱으로 진행돼 좋아한다. 비용도 저렴하다.
최근 대만에서 라식 수술을 하러 오는 관광객도 늘었는데 그들 나라에선 400만~500만 원 정도 하는 수술이 한국에서는 100만원 선이면 가능하니 여행 경비가 아깝지 않은 거다.
유럽 여행객들은 안경을 맞추러 오기도 한다. 유럽은 시력 검사를 무조건 안과에서 해야 한다. 안경 하나 맞추려면 열흘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한국에선 길거리 어디에나 안경점이 있고 검사받고 1시간 안팎이면 안경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와서 안경 서너 개씩 맞춰간다.
Q 우리의 일상이 외국인에게는 새로운 체험이 되고 있다니 놀랍다.
지금은 한국 문화 자체가 관광 상품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무제한 고깃집이 있다. 고기 무제한 리필 개념이 그들로서는 ‘언빌리버블(믿을 수 없는)’한 일이다.
외국인 관광객이면 당연히 경복궁, 덕수궁 가보고 북촌 가서 한옥 구경하고 싶어 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막연히 성수동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성수동의 스토리가 있는 힙한 카페를 성지 순례처럼 가려고 한다.
이태원에 가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가는 노포가 있다. 늦은 밤까지 길거리에서 맥주 한 잔 하며 여유를 즐기는 그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것이다.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지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Q 여행 콘텐츠 부재를 말하는 건가.
콘텐츠가 있어도 상품으로의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서독과 동독의 분단을 목격한 유럽인들은 비무장지대(DMZ)를 꼭가보고 싶어 한다. 목적지에 들렀다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장소의 의미, 한국 분단의 역사 같은 걸 누군가는 설명하며 스폿에 의미를 부여해줄 필요가 있다. 관광객들과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 들러서 납북된 분들의 아픔에도 공감하는 그런 기회 말이다.
역사를 설명할 때도 그들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신라, 고려, 조선을 설명하려면 유럽 중세시대의 특정 역사와 비교해야 그들이 이해한다. 여행업은 그래서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 조선시대 왕이 살던 경복궁이다, 라고만 설명하면 그들에겐 조선시대도 낯설고 경복궁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기가 어렵다.
Q 전국 지자체들도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서울과 부산, 요즘은 강원도까지도 외국인 관광객이 바로 찾는 지역이 됐다. 그 외 지역은 쉽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 관광지 중 한 곳은 관광객이 많이 찾으면서 오히려 개성이 사라졌다. 길거리가 관광객 지갑 열려는 상점만 즐비해 새로운 경험이라는 여행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여행하기 불편한 환경도 문제다. 외국인이 기차 타고 지방으로 내려간 다음에 이동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공유 교통 수단인 우버도 한국에서 안 된다. 그곳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로컬 여행이 홍보되지도 않았다. 지역 여행 상품 홍보한다고 지역 내에서 광고하고 현수막 거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Q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장기 체류자를 위한 지역 연계 상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트라팔가 투어라는 것이 있다. 그나라를 오랜 기간 머무르면서 제대로 보는 상품이다. 우리도 지난해 디스커버리 코리아라는 상품을 내놨는데 글로벌 여행 플랫폼인 바이에이터(VIATOR)에서 인기를 끌면서 베스트셀러가 돼 올해 신청자가 크게 늘었다.
작년 하반기에 출시해 250명 정도 다녀갔는데 올해 벌써 신청자가 500명 이상 몰렸다. 다녀간 사람들이 올려준 댓글을 보고 신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렇게 한국에 와서 서울과 부산만 보는 게 아니라 함양이나 남원 등 지역의 색다른 한국 문화를 접하면 무척 즐거워한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 연계 상품이 나와야 한다. Q 개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전 세계 개별 여행 트렌드를 바꾼 건 구글맵이다. 낯선 도시에서 길 찾기부터 대중교통 이용까지 구글맵 하나면 다 해결된다. 개별 여행을 잘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관광이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트립닷컴 같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 프로모션을 하는데 관광객이 여행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상품에 달린 리뷰지 인센티브가 아니다. 현재는 어쩔 수 없이 시장 지배자인 글로벌 플랫폼 마케팅에 집중하지만 토종 온라인 여행사(OTA) 육성도 필요하다.
‘크리에이트립’이라는 업체는 국내 로컬 체험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데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고 서비스도 좋다. 그런데 이런 신생 업체들은 정부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Q 코로나19 이후 인바운드 여행업계의 달라진 점이 있나.
거래처만 바뀐 건 아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코로나19 기간에 문 닫은 해외업체가 많다. 하나투어 해외지사도 철수했으니 새로운 거래처를 만들어야 한다.
인바운드 모객 환경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한때 100명이 넘던 직원 수가 코로나19를 겪으며 크게 줄었다가 지금 50명 수준까지 왔다. 올해 70명 정도로 늘릴 계획인데 업무 방식부터 모든 걸바꿔나가고 있다.
경영에 ERRC라는 것이 있다. 관행처럼 이뤄지던 불필요한 과정은 제거하고(Eliminate), 과정을 줄이고(Reduce), 필요한 것은 늘리고(Raise), 이를 통해 새로운 창출(Create)을 이뤄내야 한다는 경영 이론이다.
전에는 상품 기획, 홍보 마케팅, 프로모션 등의 과정을 각각의 공정 담당자가 있어 차례차례 업무가 이뤄졌다. 상품 기획부터 직접 판매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는 의미다. 지금은 기획자가 기발한 상품을 만들면 다양한 툴을 활용해 직접 제안서 쓰고 홍보 이미지도 만들어 바로 여행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한다.
반응형 웹사이트나 노션 같은 공유형 자료 저장소를 활용해 관광객과 공유하면 일정 바뀔 때마다 엑셀로 바뀐 일정 입력해서 자료를 일일이 나눠줄 필요 없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고 각자 상황에 맞게 일정도 바꿀 수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 기존 업무처리 방식과 공급자 마인드로 달라진 세상에 적응할 수는 없다. 여행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대표 인바운드 여행사인 하나투어ITC 이제우 대표에게 외국인의 한국 방문 현황과 과제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진 이유다. 이제우 대표는 하나투어의 법인영업 분야에 오래 몸담다 2023년 하나투어ITC 대표 자리에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인바운드 여행(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으로 오는 것)이 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회사의 판단에 따라서다.
Q 최근 세계 최대 국제관광박람회인 ITB베를린에 방문했다. 반응은 어땠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크게 높아진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약 40개 업체와 미팅을 했다. 네트워크가 없던 미국 시애틀, 조지아주와 루마니아, 헝가리 등지 업체도 미팅을 요청해왔다.
ITB베를린은 매년 3월 열린다. 올해 관람객은 10만 명, 참가국은 170여 개국으로 집계됐다고 하는데 전에는 개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도 겸했지만 올해는 철저히 B2B로만 운영한 것이 달라진 점이다.
한국은 한국관광공사가 중심이 돼 국내 26개 대표 인바운드 여행 업체와 관광벤처, 지자체를 모아 한국관을 꾸렸고 반응은 뜨거웠다. 물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은 K-컬처 덕분이다.
아이돌이나 OTT 영화가 뜨면서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많아진 거다. 그들의 관심도 경복궁이나 남산타워가 아니라 방탄소년단(BTS)이 방문한 밥집, 한국 예능에서 본 한국만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Q 한국 여행에 관심 갖는 배경이 재미있다.
유튜브가 한국 관광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은 유튜브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같은 유명인이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한국의 일상을 체험해보고 싶어 한다.
슬픈 현실이지만 아직도 한국은 여행의 데스티네이션(목적지) 개념이 약하다. 유럽인에게 아시아 대표 여행지는 중국이나 일본이다. 한국은 그 나라 여행 중에 가까우니 잠시 들르는 경유지 정도다.
우리가 프랑스 여행 가는 김에 독일도 가볼까, 하는 것과 같다. 인천공항에 아직 전 세계 직항이 다 갖춰지지 않았고 지역 공항이 국제공항급 수준도 아니니 한국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 여행을 오려는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서다.
한강에서 치맥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보고, 서울에서 등산을 하거나 밤에 길거리 노포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한다. 동남아 사람들은 서울지하철 경험 때문에 오기도 한다.
Q 여행 상품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코로나19 기간에 아이돌 그룹 BTS가 평창에서 찍은 오리지널 콘텐츠인 ‘인더숲’으로 여행 상품을 만들었는데 큰 인기를 얻었다. 버스 하나에 40명 안팎이 타는데 최소 10개국 사람이 모여서 BTS 이야기만 한다. 멤버들이 먹었던 간식거리인 소떡소떡 꼬치를 맛보면서 그렇게 즐거워한다.
요즘 뜨는 아이돌 중 세븐틴이 인천 공연을 하는데 많은 외국인이 몰려온다. 한국이 궁금해서 오는 게 아니라 아이돌 그룹 공연을 보기 위해 왔다가 지역 관광도 하는 식이다. 해당 여행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었다. Q 한국에서의 체험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가.
성형이나 피부과 방문 같은 의료 여행도 목적인 경우가 많다. 방문하면 상담에서 수술이나 시술이 논스톱으로 진행돼 좋아한다. 비용도 저렴하다.
최근 대만에서 라식 수술을 하러 오는 관광객도 늘었는데 그들 나라에선 400만~500만 원 정도 하는 수술이 한국에서는 100만원 선이면 가능하니 여행 경비가 아깝지 않은 거다.
유럽 여행객들은 안경을 맞추러 오기도 한다. 유럽은 시력 검사를 무조건 안과에서 해야 한다. 안경 하나 맞추려면 열흘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한국에선 길거리 어디에나 안경점이 있고 검사받고 1시간 안팎이면 안경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와서 안경 서너 개씩 맞춰간다.
Q 우리의 일상이 외국인에게는 새로운 체험이 되고 있다니 놀랍다.
지금은 한국 문화 자체가 관광 상품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무제한 고깃집이 있다. 고기 무제한 리필 개념이 그들로서는 ‘언빌리버블(믿을 수 없는)’한 일이다.
외국인 관광객이면 당연히 경복궁, 덕수궁 가보고 북촌 가서 한옥 구경하고 싶어 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막연히 성수동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성수동의 스토리가 있는 힙한 카페를 성지 순례처럼 가려고 한다.
이태원에 가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가는 노포가 있다. 늦은 밤까지 길거리에서 맥주 한 잔 하며 여유를 즐기는 그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것이다.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지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Q 여행 콘텐츠 부재를 말하는 건가.
콘텐츠가 있어도 상품으로의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서독과 동독의 분단을 목격한 유럽인들은 비무장지대(DMZ)를 꼭가보고 싶어 한다. 목적지에 들렀다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장소의 의미, 한국 분단의 역사 같은 걸 누군가는 설명하며 스폿에 의미를 부여해줄 필요가 있다. 관광객들과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 들러서 납북된 분들의 아픔에도 공감하는 그런 기회 말이다.
역사를 설명할 때도 그들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신라, 고려, 조선을 설명하려면 유럽 중세시대의 특정 역사와 비교해야 그들이 이해한다. 여행업은 그래서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 조선시대 왕이 살던 경복궁이다, 라고만 설명하면 그들에겐 조선시대도 낯설고 경복궁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기가 어렵다.
Q 전국 지자체들도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서울과 부산, 요즘은 강원도까지도 외국인 관광객이 바로 찾는 지역이 됐다. 그 외 지역은 쉽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 관광지 중 한 곳은 관광객이 많이 찾으면서 오히려 개성이 사라졌다. 길거리가 관광객 지갑 열려는 상점만 즐비해 새로운 경험이라는 여행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여행하기 불편한 환경도 문제다. 외국인이 기차 타고 지방으로 내려간 다음에 이동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공유 교통 수단인 우버도 한국에서 안 된다. 그곳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로컬 여행이 홍보되지도 않았다. 지역 여행 상품 홍보한다고 지역 내에서 광고하고 현수막 거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Q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장기 체류자를 위한 지역 연계 상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트라팔가 투어라는 것이 있다. 그나라를 오랜 기간 머무르면서 제대로 보는 상품이다. 우리도 지난해 디스커버리 코리아라는 상품을 내놨는데 글로벌 여행 플랫폼인 바이에이터(VIATOR)에서 인기를 끌면서 베스트셀러가 돼 올해 신청자가 크게 늘었다.
작년 하반기에 출시해 250명 정도 다녀갔는데 올해 벌써 신청자가 500명 이상 몰렸다. 다녀간 사람들이 올려준 댓글을 보고 신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렇게 한국에 와서 서울과 부산만 보는 게 아니라 함양이나 남원 등 지역의 색다른 한국 문화를 접하면 무척 즐거워한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 연계 상품이 나와야 한다. Q 개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전 세계 개별 여행 트렌드를 바꾼 건 구글맵이다. 낯선 도시에서 길 찾기부터 대중교통 이용까지 구글맵 하나면 다 해결된다. 개별 여행을 잘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관광이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트립닷컴 같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 프로모션을 하는데 관광객이 여행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상품에 달린 리뷰지 인센티브가 아니다. 현재는 어쩔 수 없이 시장 지배자인 글로벌 플랫폼 마케팅에 집중하지만 토종 온라인 여행사(OTA) 육성도 필요하다.
‘크리에이트립’이라는 업체는 국내 로컬 체험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데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고 서비스도 좋다. 그런데 이런 신생 업체들은 정부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Q 코로나19 이후 인바운드 여행업계의 달라진 점이 있나.
거래처만 바뀐 건 아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코로나19 기간에 문 닫은 해외업체가 많다. 하나투어 해외지사도 철수했으니 새로운 거래처를 만들어야 한다.
인바운드 모객 환경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한때 100명이 넘던 직원 수가 코로나19를 겪으며 크게 줄었다가 지금 50명 수준까지 왔다. 올해 70명 정도로 늘릴 계획인데 업무 방식부터 모든 걸바꿔나가고 있다.
경영에 ERRC라는 것이 있다. 관행처럼 이뤄지던 불필요한 과정은 제거하고(Eliminate), 과정을 줄이고(Reduce), 필요한 것은 늘리고(Raise), 이를 통해 새로운 창출(Create)을 이뤄내야 한다는 경영 이론이다.
전에는 상품 기획, 홍보 마케팅, 프로모션 등의 과정을 각각의 공정 담당자가 있어 차례차례 업무가 이뤄졌다. 상품 기획부터 직접 판매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는 의미다. 지금은 기획자가 기발한 상품을 만들면 다양한 툴을 활용해 직접 제안서 쓰고 홍보 이미지도 만들어 바로 여행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한다.
반응형 웹사이트나 노션 같은 공유형 자료 저장소를 활용해 관광객과 공유하면 일정 바뀔 때마다 엑셀로 바뀐 일정 입력해서 자료를 일일이 나눠줄 필요 없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고 각자 상황에 맞게 일정도 바꿀 수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 기존 업무처리 방식과 공급자 마인드로 달라진 세상에 적응할 수는 없다. 여행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