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무너져 있다.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6명이 실종되고, 항만 운영이 무기한 중단됐다. /사진=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무너져 있다.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6명이 실종되고, 항만 운영이 무기한 중단됐다. /사진=연합뉴스
해운주가 다시 들썩였다. 미국 동부 볼티모어항이 교각 붕괴 사고로 폐쇄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홍해 사태 때와 유사하게 물류대란이 일어날 거란 전망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해운주가 이번 사고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흥아해운은 360원(14.09%) 오른 2915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도 전일 대비 47배 폭증했다. 대한해운은 장중 한때 13%대 뛰었다가 2% 상승 마감했다. STX그린로지스 등 다른 해운주도 오전 중 급등세를 보이다 상승폭을 급격하게 줄이는 등 변동성이 컸다.

해운주 상승은 미국 볼티모어 항구 교량이 무너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류대란이 일어나 주요 선사가 다른 항구로 우회하면 운임비가 오른다는 전망이 작용했다. 항 입구에 있는 '프랜시스 스콧 키' 교각은 전날 한 대형 선박과 충돌하며 붕괴됐다. 이 사고로 교각 위에서 작업하던 인부 6명이 실종되고, 볼티모어항은 운영을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볼티모어항은 대서양과 미국 동안을 연결하는 주요 수출입항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 항구 중 9번째로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5200만t의 국제 화물이 이 항을 오갔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800억달러(약 107조원)에 달한다. 특히 13년 동안 자동차 수출입량이 미국 내에서 가장 많았다. 작년에만 소형 트럭 등 자동차 84만7000여대를 취급했다.
기사와 사진은 직접적 연관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사진은 직접적 연관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우려할 정도의 물류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주변에 볼티모어항을 대체할 항구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공급망에 끼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볼티모어항은 뉴욕·뉴저지항의 보조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오히려 바로 아래 조지아주에 위치한 사바나항이 동안에선 더 핵심적인 항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에 있는 항구를 통해 대체 수송이 가능하므로 대란이 아니라 '물류 혼란' 정도는 발생할 수 있다"며 "이조차도 일시적이고 규모도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전날 상승한 해운주는 컨테이너선 운용 비중이 작다. 흥아해운은 탱크선을 통해 주로 석유·화학 제품을 운송한다. 더군다나 미국 동안이 아닌 아시아와 중동, 남미지역이 주된 운송로다. 대한해운은 컨테이너선 자체를 운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물류대란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국내 해운주가 수혜를 입기 어려워 보인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볼티모어항 사태로 운송비와 보험료가 상승하는 등 해운업계 시황이 일시적으로 변동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컨테이너선보다 벌크선을 주로 운용하는 해운사는 이번 사태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올 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때도 해운주는 이와 유사한 이유로 단기 급등한 바 있다. 당시 예멘의 후티 반군이 수에즈운하가 있는 홍해를 사실상 봉쇄하며 전 세계가 물류대란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흥아해운과 대한해운 주가가 단기적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현재 두 종목 모두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