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자…'슈퍼리치' 뭉칫돈 요즘 여기에 몰린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돌면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주식연계채권) 발행이 늘고 있다. 발행사의 주가 상승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는 물론 고액 자산가를 위한 사모 메자닌 펀드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주가 상승' 투자자 몰리는 CB·BW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3월 들어 이날까지 CB 발행 규모는 4507억1000만원이다. 한 달도 안돼서 전달(3159억4500만원) 발행액을 1000억원 이상 넘어섰다. BW 발행액도 2월 259억원에서 26일 현재 31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월에는 BW 발행이 없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BW는 발행한 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의미한다. 보유 만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데다 투자자는 주가가 상승하면 그에 따른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주가가 7만8000원인 A사가 CB로 전환가액 8만원, 이자 연 1%를 발행했다고 치자. 약속된 주식 전환 시점의 주가가 8만원보다 높으면 주식으로 바꿔서 매도하고, 반대로 낮으면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식이다.

CB나 BW는 자금 조달을 위해 중소 상장사가 주로 발행한다. 주식 전환 옵션이 있는 만큼 주가가 오르면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에 유동성 랠리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망이 커지면서 메자닌 시장에 투자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가는 공모주 더한 '메자닌펀드'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메자닌 펀드가 인기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중간층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의 건축 용어다.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지닌 CB, BW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마찬가지로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투자한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에 시세 차익이라는 ‘플러스 알파’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형 메자닌 펀드는 총 16개로 설정액은 1927억원 규모다. 1년, 3년 수익률은 각각 7.96%, 9.38%로 집계됐다. 3년 수익률을 놓고 보면 해외 주식형 펀드(7.24%)보다 성과가 좋다. 개별 상품 중에서는 ‘멀티에셋글로벌4차산업전환사채증권자투자신탁UH[채권]Cs’의 1년 수익률(15.95%)이 가장 높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글로벌 기업이 발행한 CB에 주로 투자한다.

메자닌은 투자 후 1년 이상은 지나야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사모펀드 대다수는 최소 투자 금액과 환매 제한 기간 등의 가입 조건이 있다. 단기 투자자의 환매 요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공모형 메자닌 펀드의 최근 1년 간 설정액은 72억원 가량 줄었다. 대신 이 자금이 사모펀드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운용사들은 강남의 프라이빗뱅커(PB)센터를 중심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열풍인 공모주와 메자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펀드를 이용할 경우 기관 투자자 자격으로 공모주 물량을 배정 받을 수 있다. 올해 초 투자자를 모집한 I사 공모주 메자닌 사모펀드의 경우 초기 설정액이 230억원 수준이었지만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 금융센터에서의 모집 금액만 25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강민석 유진투자증권 PB는 ”메자닌 채권 60~80%에, 공모주 40~20% 등으로 운용하는 펀드 수익률이 높다“며 ”상품이 다양해진 만큼 운용사를 잘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