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권고해보겠다" 대전 미제 사건 법원장이 직접 담당
"1심도 벌써 4년이나 흘렀는데, 가능하면 금액도 많지 않고 하니 화해 권고를 고려해 보겠습니다.

"
김용덕 대전지방법원장은 25일 312호 법정에서 열린 인테리어 업자가 의뢰인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액사건 속행 재판에서 원고 측에 이 같은 중재안을 제시했다.

2020년 4월 피고의 집에 대해 리모델링을 하면서 추가 공사를 진행했으나 피고 측은 추가 공사를 허락한 적 없다고 주장하며 양측의 다툼이 4년 가까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피고 측은 이날 일신상의 이유로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법원장은 "항소심에 상고심까지 이어질 경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적정한 선에서 금액을 정해 화해 권고를 해 보겠다"고 제안했고, 원고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사법행정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법원장이 법복을 입고 직접 법대 위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법원이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장기 미제 사건을 법원장에게 맡기기로 하면서 전국 법원에서 이처럼 일선 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진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전지법도 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민사소액 장기미제사건 전담재판부를 신설, 민사소액사건 중 접수일이 가장 오래된 최장기 미제 사건 60건을 배당했다.

3천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은 법률 대리인 없이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비율이 높아 사건이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다.

김 법원장은 "큰 사건이면 거래계약서 같은 것이 있어 오히려 입증하기 쉬운데, 복잡한 주장이 필요한 사건을 변호인 없이 진행하는 소액사건의 경우 어려움이 있다"며 "가령 화해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도 재판 진행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자문료 때문에 그 금액으로는 못 받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률상 판사 정원에 현원이 거의 근접한 상황으로 판사 수가 늘지 않고 있어 사건 적체가 이어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법원장도 행정 업무를 줄이고 일선 판사와 같이 재판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우 대전지법 공보판사는 "1998년부터 25년 이상 재판을 맡아 재판 경험이 풍부한 법원장이 장기미제사건을 직접 심리하고 판결함으로써 재판 지연 해소와 신속한 재판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