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화조도'·'원후반도도' 2점 모사도 제작 예정
부부 금실·불로장생 뜻 담은 궁중 장식화…"교태전 의미 전달 도움"
'왕비의 공간' 경복궁 교태전에 꽃·원숭이그림 둔다…구찌 후원
조선 왕비가 머무르던 공간인 경복궁 교태전(交泰殿)에 만개한 꽃과 새, 원숭이 그림이 걸린다.

25일 학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최근 열린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付壁畵) 2점을 모사한 그림을 제작해 설치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부벽화는 비단이나 종이에 그린 그림을 벽에 붙인 형태를 뜻한다.

박물관이 소장한 원본 그림은 만개한 꽃과 화려한 색의 새가 돋보이는 '화조도'(花鳥圖), 원숭이와 복숭아 등을 소재로 한 '원후반도도'(猿猴蟠桃圖) 두 점이다.

'왕비의 공간' 경복궁 교태전에 꽃·원숭이그림 둔다…구찌 후원
두 그림은 2020년 9월에 열린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박물관이 발간한 전시 도록에 따르면 1918년 작성된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진열품 청구서에는 이 그림이 '경복궁 교태전 벽에 붙어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물관 측은 "이들 부벽화는 1888년 교태전을 재건할 즈음에서 교태전이 해체된 사이에 그려져 1917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부벽화를 모사한 그림이 교태전을 관람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앵무새, 금계(金鷄·꿩과의 새) 등 여러 종류의 새가 짝을 이룬 '화조도'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여긴다.

교태전 부벽화에는 늙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리라는 의미를 담은 흰 꽃도 그려져 있다.

'왕비의 공간' 경복궁 교태전에 꽃·원숭이그림 둔다…구찌 후원
원숭이 가족이 서로 장난치고 놀면서 복숭아나무에 오르는 모습을 담은 '원후반도도'는 불로장생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예부터 복숭아는 신선이 만든다고 하는 선약으로 여겨왔다.

배정영 경복궁관리소 전시큐레이터는 지난해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에서 두 그림이 조선시대 궁중 장식화의 주제인 '사계화조도'와 '십장생도'의 전통을 따른다는 점에서 '사계화조도'·'원후장생도'로 명명하기도 했다.

문화재청 측은 "관람객에게 왕비의 침전으로 사용된 교태전의 기능과 의미를 다층적으로 전달하는 신규 전시물로 활용함으로써 궁궐의 품격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왕비의 공간' 경복궁 교태전에 꽃·원숭이그림 둔다…구찌 후원
모사도 제작 사업은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의 후원을 받아 진행될 예정이다.

문화재청과 구찌는 지난해 5월 경복궁에서 열린 패션쇼를 계기로 한국의 문화유산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당시 구찌 측은 후원금이 약 3년간 경복궁 보존 관리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그간 사업 대상을 검토한 뒤, 지난해 말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도 마쳤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모사도 제작) 업체 선정은 마친 상태로, 계약을 진행하고 실제 작업에 나서면 이르면 올해 12월, 늦으면 내년 1∼2월께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비의 공간' 경복궁 교태전에 꽃·원숭이그림 둔다…구찌 후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