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농협·SC, 배상 규모 등 이사회 보고·의결 예정
6개은행, 1분기 관련 충당금 2조 전망…4월부터 투자자와 배상 협의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번 주(25∼29일)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 방침을 확정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SC제일은행이 이사회를 통해 1분기 실적에 반영할 배상금 관련 손실(직접 손실이 아닌 충당금 형태) 규모는 KB국민은행의 약 1조원을 포함해 최소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의 승인이 마무리되면, 은행권은 일제히 다음 달부터 개별 투자자들과 실제 배상 비율 관련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비로소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본격적으로 배상 실무 단계로 전환되는 셈이다.

은행권 이번주 홍콩ELS 자율배상 확정…KB, 약 1조 충당금 처리
◇ "3월 말까지 이사회 결의해야 1분기 실적에 반영"
2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KB·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은 이번 주 잇따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H지수 ELS 손실 자율 배상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각 은행이 추정한 배상 규모 등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가 배상 관련 손실을 충당금 등의 방식으로 1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것을 승인하게 된다.

배상액 추정이 정부의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의사회 결의는 대외적으로 '정부안 수용'의 의미도 있다.

우선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이번 주 후반께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13일부터 KB국민은행은 2021년 1∼7월(H지수 최고점 전후 기간) 판매한 H지수 ELS 계좌 8만여개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 당국이 지적한 불완전 판매 기준에 실제로 얼마나 해당하는지 살펴 대략의 배상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다.

20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된 이 전수조사가 이번 주 초중반 마무리되는 대로, 이사회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자율 배상을 논의한 뒤 의결할 전망이다.

신한은행 역시 비슷하게 주 후반에 이사회를 열고 ELS 자율 배상을 공식 확정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H지수 ELS 사후 관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현재 17명으로 구성된 이 TF가 자율 배상 관련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1일 한 차례 사전 간담회를 통해 배상 관련 사항을 이사들이 공유한 상태로,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 일정(26일)을 고려할 때 27∼29일 사이 은행 이사회가 배상안을 확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에서 자율 배상을 논의하고,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28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확정할 것이 유력하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 작년 9월과 8월 ELS TF를 꾸려 이번 사태에 대응해왔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2일 은행들 가운데 처음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을 결의하고, 이번 주부터 투자자들과 접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권이 3월 안에 이사회 자율 배상 여부를 매듭짓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경영실적 회계처리, 정무적 판단 등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앞으로 관련 손실과 배상액이 계속 확정될 텐데 그때마다 매달, 매 분기 이사회를 열어 승인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일단 배상액 추정치를 최대한 1분기 실적에 충당금 등으로 반영한 뒤 향후 가감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3월 말까지는 이사회 결의를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이사는 "자율 배상을 하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법률가들의 의견도 있지만, 경영 판단으로 배상을 결정했을 때 실 뿐 아니라 득도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자율 배상 결정을 지체할 경우 과징금 등 행정 제재 등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배상 결정이 오히려 은행 입장에서 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당국의 압박과 은행권의 일사불란한 후속 조치가 다음 달 10일 국회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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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 은행 H지수 ELS 배상 추정규모(1분기 충당금 적립 예상액) │
│ (단위:억원)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자료 취합 │
│ ※ 2024년 1∼7월 만기 도래 건 기준 추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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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기 도래 규모 │ 손실액 │ 배상액 │
│ │ (손실률 50% 추정) │(평균 배상률 40% 추정)│
├──────────┼────────────┼───────────┤
│ 100,483│ 50,241.5│ 20,09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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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실률 50%·평균 배상율 40%' 시나리오로 일단 충당금 쌓을 듯
이처럼 은행권의 정부 배상안 수용과 배상 절차 돌입이 임박하면서, 각 은행이 추정하는 배상 규모의 윤곽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이번 이사회를 거쳐 1분기 실적에 약 1조원의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금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수조사 등을 통해 2021년 1∼7월 판매액이 5조2천억원 정도로 파악됐고, 현재까지 손실률은 50% 수준이다.

여기에 평균 손실 배상률을 40%로 적용해 추산한 결과다.

물론 정확한 실제 배상 규모는 현시점에서 확정할 수 없다.

앞으로 개별 투자자들과의 협상 결과, H지수 지수 추이 등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1분기 실적에 직접 손실 인식은 불가능하고, 일단 약 1조원을 충당금(비용) 형태로 쌓아둔 뒤 만약 실제 배상액이 이를 초과하면 다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충당금이나 손실을 추가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주로 2021년 1∼7월 판매 계좌를 바탕으로 손실과 배상을 추산하는 것은, 당시 10,000∼12,000포인트(최고점)에 이르렀던 H지수가 올해 들어 5,000대에 불과해 1∼7월 만기가 돌아오는 계좌의 상당수가 '녹인(knock-in)' 조건에 따라 손실이 거의 확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7월 말 이미 H지수가 8,800대까지 밀리기 시작한 만큼, 올해 7월 말 이후 만기를 맞는 계좌 중에서는 '가입 기간에 한 번이라도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50% 이상 하락'과 같은 녹인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른 은행들은 KB와 달리 '녹인(knock-in)'형 ELS를 많이 팔지 않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의 65% 이상' 등의 비(非) 녹인형 상품의 수익 조건을 고려해도 8월 이후부터 손실이 눈에 띄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KB뿐 아니라 타 은행들도 주로 손실이 확정된 2021년 1∼7월 판매분(2024년 1∼7월 만기 도래분)을 중심으로 손실·배상 규모를 따진다면, 6개 은행의 올해 1분기 관련 충당금 적립 규모는 최소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들 은행의 올해 1∼7월 H지수 ELS 만기 도래 규모가 모두 10조483억원에 이르고, 절반의 손실액(5조242억원) 가운데 평균 40%를 배상하는데 2조97억원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배상 규모를 100억원 정도로 추정한 우리은행의 경우 만기 도래액 등을 고려할 때 손실률은 50%로 잡았지만, 배상 비율을 40%보다 다소 높게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판매 규모 자체가 미미해서 가능한 계산법이라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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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 은행 올해 H지수 ELS 손실 상황 (단위:억원, %)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자료 취합 │
│ ※ 2024년 1월 1일∼3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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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기 도래 │ 상환액 │ 손실액 │ 손실률 │
├─────────┼─────────┼────────┼────────┤
│ 31,393│ 14,942│ 16,066│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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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우리은행서 이르면 내달 첫 배상 사례 나올 수도
이번주 일제히 이사회 결의가 이뤄지면 은행권은 당장 다음 달부터 H지수 ELS 투자로 손실을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율 배상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개별 투자자들과의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별 배상위원회를 거쳐 배상 비율이 확정되거나, 자율 조정에 실패하면 결국 분쟁조정 또는 소송 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미 손실이 확정된 고객이 있어 자율 배상 결의 후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다음 달 초 일부 배상 확정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도 ELS 판매 규모(450여명·500여 계좌)가 크지 않기 때문에 배상 협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개 은행이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3조1천393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1조4천942억원뿐으로, 평균 손실률이 51.2%(손실액 1조6천66억원/원금 3조1천393억원)로 집계됐다.

상품 만기일마다 손실률은 다르지만, H지수가 5,000선 아래로 밀린 지 난 1월 하순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은 약 60%에 이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