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진실 파헤치는 게 뭔지 유쾌하게 질문하는 영화"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모든 걸 의심하면서 보시길"
오는 27일 개봉하는 안국진 감독의 '댓글부대'는 오늘날 사이버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처럼 보이는 여론이 실제로는 누군가가 조작한 결과일 수 있다는 강렬한 의심을 제기하는 영화다.

극 중 온라인 여론 조작의 중심에 있는 건 '팀알렙'이라는 이름의 댓글부대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댓글을 달아 조회수를 올리면서 여론을 한쪽으로 유도한다.

댓글부대의 배후에 있는 권력은 끝까지 베일을 벗지 않는다.

관객은 사이버 공간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서늘한 느낌에 빠져든다.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재밌게, 그러나 모든 걸 의심하면서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 감독은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댓글부대'는 도입부에서 촛불집회의 기원에 관해 사실과 허구를 뒤섞은 듯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촛불집회를 보도한 방송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든 걸 의심하게 하고 싶단 생각이었어요.

되도록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을 집어넣어 관객이 '저것도 진짜인가?'라고 의문을 품을 만한 지점들을 숨겨놨죠."
영화의 마지막도 의문을 해소하기보다는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느낌이다.

안 감독은 "이야기 전체를 복기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의심하게 되고, 그 혼란 속에서 영화적 쾌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모든 걸 의심하면서 보시길"
극 중 진실을 파헤치는 역할을 하는 건 신문사 사회부 기자인 주인공 상진(손석구 분)이다.

대기업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가 댓글부대의 공작으로 하루아침에 오보를 낸 '기레기'로 전락한 상진은 명예 회복을 위해 필사적으로 진실에 접근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든다.

그런 상진의 모습은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지만, 인간적이면서 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구석도 있다는 게 안 감독의 말이다.

"(상진의 캐릭터는) 촬영하면 할수록 귀여웠어요.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하면서도 잘 안돼 억울해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했고요.

손석구 배우와 '영화를 보고 나서 기자가 되려는 사람이 많아질지도 모르겠다'며 농담하기도 했죠."
상진이 취재 내용을 기사화하는 문제로 사회부장이나 편집국장과 옥신각신하는 장면이나 자기가 쓴 단독 기사가 1면에 실린 신문을 펴들고 흐뭇해하는 장면은 실제 기자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안 감독은 상진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기자들을 두루 만나면서 실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댓글부대'는 기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영화기도 하다"며 "자기 직업에 대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법한 젊은 기자들을 주로 접했다"고 말했다.

'댓글부대'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내용상 다른 부분이 많다.

장 작가도 신문사 기자 출신이다.

안 감독은 손석구와 함께 장 작가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안 감독은 "원작과 비교하면 조롱의 감정이나 블랙 코미디의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며 "알 수 없는 세상에서 혼란을 겪는 기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실을 파헤친다는 게 뭔지 유쾌하게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 코미디를 즐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좀 꼬인 성격이라, 뉴스도 잘 안 믿고 모든 걸 의심하는 편이에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거짓말하고 있네'라며 혼잣말하곤 하죠.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사회 부조리에 대해) 불편해하기보다는 유머로 승화시키는 걸 좋아하죠."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모든 걸 의심하면서 보시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