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 정보당국, PA 인사 등에 구호품 배분 맡긴 뒤 전후 가자 통치권 주려해"
하마스, 극렬 저항…이스라엘 내각서도 이견
"이스라엘, 은밀히 '反하마스 전후 가자 통치 세력' 양성 계획"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무관한 세력에 전후 가자지구 통치 권한을 주려고 비밀리에 계획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안보 당국자들이 반(反) 하마스 세력에 가자지구 구호품 배분을 담당하게 뒤 전후 통치까지 맡기려는 계획을 은밀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이에 하마스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관련이 없는 팔레스타인 지도자와 기업인들을 끌어모아 '포스트 하마스' 세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이들에게 우선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 분배를 맡기고 전쟁이 끝나면 다른 아랍국가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는 보안군의 지원 아래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권한을 준다는 구상이다.

이런 구상에 대한 주변국의 지지를 확보하고자 이스라엘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과 회담을 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러한 계획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을 받고 가자지구 공격에 나선 이스라엘이 전후 권력 공백을 메우고자 취하려는 초기 조치들을 반영한다고 WSJ은 짚었다.

'포스트 하마스' 양성 계획은 그러나 안팎에서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좌초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하마스의 격렬한 저항이 따를 것이 뻔한 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전시내각 안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부의 팔레스타인 민사 담당 조직 민간협조관(COGAT) 책임자 가산 알리안 소장은 반 하마스 팔레스타인인들이 '지역 행정 당국'을 구성해 구호물자를 배분하고 이 과정에서 하마스를 배제하도록 했다.

"이스라엘, 은밀히 '反하마스 전후 가자 통치 세력' 양성 계획"
하지만 이는 하마스의 극렬한 반발을 촉발했다.

하마스는 자신들을 포함한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가 참여하는 통합 내각이 전후 가자지구 치안을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OGAT의 구호 계획과 관련해 지난 10일 하마스 측은 "가자지구에서 일하고자 가족과 부족 지도자를 통해 점령군(이스라엘군)의 연락을 받는 것은 나라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하며 우리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자지구 내부 전선을 조작하려는 이에게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처럼 이스라엘 측과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죽음으로 응징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이에 한때 해당 계획에 긍정적이라고 여겨졌던 몇몇 팔레스타인 가문들이 이탈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 내각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반 하마스' 세력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주도하는 파타 측 인사들을 끌어오려 하는데 이에 네타냐후 총리 등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반 하마스' 세력에 참여시킬 팔레스타인 주요 인사로 PA의 정보 수장 마지드 파라즈,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사업가 바샤르 마스리, 하마스 장악 이전에 가자지구 보안 사령관을 지낸 무함마드 달란 등을 염두에 두고 이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PA 측 인사인 달란과 파라지의 참여에 반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정책 고문인 오피르 팔크는 PA가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규탄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에서 가자지구 전후 통치에 참여할 적절한 주체가 아니라면서 가자지구 통치에는 "이스라엘인을 죽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은밀히 '反하마스 전후 가자 통치 세력' 양성 계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