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산업 잃는 데 30여년 걸렸는데 법 하나로 고칠 수 없어"
美정부서 26조원 지원받는 인텔 CEO "제2의 반도체법 필요"
미국 정부에서 26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투자 지원을 받게 된 인텔의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 반도체 공급망을 재구축하려면 '제2의 반도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패트릭 겔싱어 인텔 CEO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주최 포럼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이 지난 30여년간 비용 절감만 추구한 탓에 반도체 제조 능력이 아시아로 넘어갔다면서 "우리가 이 산업을 잃기까지 30년이 더 걸렸는데 그것을 3∼4년 만에 법 하나로 고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반도체 생태계에 선순환을 시작하고 (경쟁국과) 비용 격차를 좁히려면 공급망을 재건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모든 공급망을 리쇼어(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하는 것을 도우려면 제2의 반도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반도체법을 제정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총 390억달러(약 52조3천억원), 연구개발(R&D) 지원금 총 132억달러(약 18조원)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7천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주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대가로 보조금 85억달러와 대출 110억달러 등 195억달러(약 26조원)의 지원을 받는다.

겔싱어 CEO는 제2의 반도체법에 어떤 내용이 담기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제2의 반도체법에는 일정 수준의 보조금이 필요하고, 지속 가능한 세제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 투자에 대한 세금 공제와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망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계속해서 정부를 다시 찾아가 지원받지 않아도 되도록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창출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미국 정부의 보조금 발표 행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겔싱어 CEO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텔의 반도체 생산시설이 "더 크게 더 빨리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량의 약 20%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겔싱어 CEO는 이를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겔싱어 CEO는 인공지능(AI) 분야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도 여러 차례 대화했다고 밝혔다.

올트먼 CEO에 따르면 AI 수요를 뒷받침하려면 컴퓨터의 연산력이 지금의 10배가 아니라 1만배나 더 강력해져야 한다면서 AI가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을 가속할 것으로 본다고 그는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