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연구소 "경기부양 도움 안될 것…관광효과도 그다지"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유로2024도 독일경제 못 살려"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도 침체에 빠진 독일 경제를 부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과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등에 따르면 독일경제연구소(IW)는 유로2024 경기가 열리는 10개 도시에 약간의 내수진작 효과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올해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내다봤다.

IW의 거시경제 담당 미하엘 그뢰믈링은 "많은 소비자가 TV를 새로 구입하거나 단체관람에 초대하거나 맥주를 더 마시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면서도 "식당에 가는 대신 소시지를 먹는 등 다른 곳에서 돈을 절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축구를 보러 독일을 방문하겠지만 이 역시 결과적으로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일 것으로 IW는 전망했다.

숙박시설은 한정된 만큼 축구팬들이 다른 여행객을 밀어내는 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뢰믈링은 독일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도 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연말이 돼서야 소비자들이 갑자기 돈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이듬해 1월 부가가치세가 인상돼 지출을 앞당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유로2024도 독일경제 못 살려"
독일 GDP는 지난해 0.3% 감소했고 올해도 전망이 밝지 않다.

독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1.3%에서 0.2%로 대폭 낮췄다.

도이체방크는 -0.2%, IW는 -0.5%로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경기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조사기관 GfK가 소득·소비 기대치를 설문해 매달 내는 소비자환경지수는 지난달 -29.6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면 소비심리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GfK는 보고서에서 "여전한 물가상승과 함께 올해 독일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소비경기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관료주의 개선과 세금감면 등 각종 개혁정책으로 체질개선에 애쓰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신호등 연립정부는 지난 13일 회계서류 보존기간을 10년에서 8년으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된 제4차 관료주의 철폐 법안을 의결했다.

전날은 고용계약서를 종이 문서 아닌 디지털로 써도 된다는 조항을 법안에 추가하기로 했다.

연방상원은 이날 기업에 32억유로(약 4조7천억원)규모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성장기회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연방 주들이 세수 축소에 반발해 감세 규모를 원래 법안의 70억유로(약 10조2천억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탄야 괴너 독일산업연맹(BDI) 전무는 "작년 여름 발표에서 대폭 축소된 이 법은 세제 개선의 첫걸음일 뿐"이라며 "이번 세금감면이 성장동력을 눈에 띄게 키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