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둔화' 철강…자체 역량 제고에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 필요
업황 부진 겪는 미래소재 역량 강화·통합 리더십 등 과제도
장 회장 "철강은 포스코의 기본, 이차전지 소재는 그룹의 쌍두마차"
닻 올린 포스코 '장인화호'…본업회복·미래사업 과제 안고 출항(종합)
포스코그룹의 '장인화호(號)'가 21일 출범하면서 재계 5위 포스코그룹 앞에 놓인 파고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룹의 본업인 철강 사업이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급성장하던 이차전지 소재 사업까지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가면서 장인화호가 풀어나가야 할 당면 과제가 적지 않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고 장인화 후보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앞서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장 신임 회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하면서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그룹 핵심 사업과 개선점에 대한 확실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실현해낼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처럼 안팎의 기대가 크지만, 과제는 녹록지 않다.

닻 올린 포스코 '장인화호'…본업회복·미래사업 과제 안고 출항(종합)
◇ "철강은 포스코의 기본"…글로벌 경쟁력 제고·탄소중립 대응 나선다
주력인 철강 사업 부문의 경쟁력 제고가 급선무다.

그룹 핵심인 포스코는 지난해 글로벌 시황 부진과 중국과 일본 철강기업들의 약진이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이는 경영 실적 둔화로 이어졌다.

작년 포스코의 매출은 38조7천720억원, 영업이익은 2조83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8.7%, 9.2% 감소했다.

태풍 '힌남도' 당시 냉천 범람에 따른 제철소 침수로 타격을 입었던 2022년보다 악화된 실적이다.

최정우 전 회장 재임 기간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 등 미래소재 분야의 투자를 늘리는 등 사업 전환 드라이브로 체질 개선을 이뤘지만, 매출의 60% 이상이 철강에서 발생하는 등 철강은 여전히 그룹의 주력이다.

정통 '포스코맨'으로 철강 전문가인 장 회장이 철강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업계의 시선이 쏠려있다.

장 회장은 이날 회장 선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철강 사업은 포스코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쟁이 심화하는 철강 부분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장 회장은 특히 "철강의 경우 (위기의 골이) 그렇게 깊거나 길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날로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해 탄소중립 생산체제로 전환을 이루는 것도 당면 과제다.

따라서 장 회장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고도화, 전기로 등 친환경 설비 투자 강화 전략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고도의 기술 개발이 필요한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정부와의 호흡 맞추기도 관심사다.

포스코그룹의 리더십 교체 윤곽이 드러난 이후인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사업을 신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대상으로 확정하는 등 정부의 지원은 가시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전임 회장 시절 형성됐던 현 정부와의 불편한 기류가 장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다시 원만하게 조정되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의 경제 순방이나 주요 기업인 참석 행사에 재계 5위 포스코그룹 회장이 번번이 빠지면서 재계에서는 현 정부와 포스코가 불편한 관계라는 시각이 강했는데, 리더십 교체로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 미래소재에 힘실은 장인화호…"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
그룹을 지탱하는 중요 축으로 자리매김한 미래소재 사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도 관심사다.

그룹 내 이차전지 소재를 담당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오는 2030년 매출 43조원, 영업이익 3조4천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시가총액 100조원'을 향해 뛴다는 각오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전통 종합상사의 역할을 넘어 식량·에너지·소재를 '3각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급성장하던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최근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숨 고르기 국면 속에서 적자로 돌아서면서 새 경영진의 부담이 커진 상태다.

여기에 포스코퓨처엠이 양극재 생산을 위해 미리 확보한 리튬 가격이 60% 이상 떨어지는 등 광물 가격 하락으로 원재료 가격 투입 시차(래깅)에 따른 손실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맞춰 이차전지 등 신사업 분야의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장 회장은 취임 일성에서 이를 일축했다.

장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철강 사업과 함께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그룹의 쌍두마차'라고 표현하면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는 굳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최근 전기차·이차전지 소재 업황 부진에 대해 "신사업이 흔히 겪는 '캐즘'(Chasm·깊은 틈) 현상의 초기이기 때문에 약간 길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적기에 적절하게 투자하겠다.

소극적이지 않겠다"고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다.

장 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모델 마련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역량 결집을 위한 통합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 '해외 호화 이사회' 논란과 노조와의 갈등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노사 교섭이 결렬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문턱까지 가는 등 사내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아울러 포스코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의 포항 이전을 요구하는 지역사회와도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장 회장은 포스코의 '위기 극복 DNA'를 강조하면서 "직원들과 함께하면 못 할 것이 없다"며 앞으로 100일간 포항, 광양 등 전국 사업장을 돌며 직원들과 그룹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