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지지부진한데 대책은?"…삼성전자 주총장 달군 주주들(종합)

한종희 부회장 "주가 기대 미치지 못해 사과…올해는 상승 여력 있을 것"
경영진에 실적 부진 질타…"이병철 회장 계셨으면 임원들 이 자리 못앉아"

"SK하이닉스는 주가가 계속 상승하는데, 삼성전자는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합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 경쟁력 때문이 아닌가요?"
"작년에는 실적이 안 좋아서 주주 환원도 기대에 많이 못 미쳤습니다.

올해 실적은 어떻게 예상하고 계십니까? 확실하게 나아지는 건가요?"
20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는 주주 600여명이 참석해 경영진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과 의견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 초중반대 박스권에서 맴돌고 있다.

특히 주주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주가가 2배가량 오른 경쟁사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흐름이 더딘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총 의장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가가 주주님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주주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반도체 시황과 IT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인공지능(AI)향 반도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AI 탑재 스마트폰 확대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 부회장은 "주가에는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쳐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는 메모리 시장 회복과 함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아직 매크로 불확실성이 있지만 주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한 주주는 "주가가 박스권 7만원대에 머무르는데 SK하이닉스보다 아주 많이 저평가돼있다"며 "연구개발(R&D)이나 인수합병(M&A)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주가 관리를 잘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M&A와 관련해 여기서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많은 사항이 진척돼있고 조만간 주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아울러 "저희가 M&A를 안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매진 본사를 M&A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보유했으며,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큰 M&A는 아직 성사 못 했지만 20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으며,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는 M&A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기준으로 전년인 2022년과 같은 연간 9조8천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 주주는 "배당 총액도 기말 배당의 주당 배당금도 전부 전년과 똑같고, 배당 성향이 당기 순이익의 35%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기말 배당금 끝자리도 361원으로 같은데,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한 부회장은 "전례 없는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른 보유금이나 현금 절감 및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에 경영 여건이 여전히 어렵다"며 "중장기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설비 투자 및 연구 개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등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여건에도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을 언급하며 유임된 경영진에게 지난해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묻는 주주도 있었다.

한 주주는 이병철 회장이 실적 위주 경영을 했다고 강조하며 "만약 이병철 회장님이 지금 이 자리에 계셨다면 앞에 있는 임원들이 여기 앉아계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망가진 삼성전자의 실적을 갖고 작년과 동일하게 임원들이 자리에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고 수많은 주주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임원들은 이 자리를 빌려 사퇴하실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질타에 한 부회장은 "말씀해 주신 부분을 잘 새겨듣겠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임직원 전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니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장기 주주인 네덜란드 연금운용사 APG의 관계자도 "성과 위주 평가가 삼성전자 인사의 핵심으로 알려졌다"며 "경영 연속성을 고려할 때 전임자 책임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점을 이해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도모한 안정이 어떤 안정인지, 향후 최고경영자(CEO)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질의했다.

한 부회장은 "작년 실적 부진은 반도체 시장 악화가 주 원인이고 현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을 유임해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올해 말 인사 폭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온라인으로 참여한 한 주주는 "한국의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는데 삼성전자는 IT회사로서 젊은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며 "회사에서 일할 젊은 사람이 부족해질 수 있는데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부회장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을 막고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연공 중심 보상체계에서 벗어나 역할과 책임에 따른 새로운 보상 체계를 구축, 나이와 관계 없이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근무 문화를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