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장병간 신체·언어적 학대, 성희롱 피해
모병 확대 나선 벨기에 軍가혹행위 사건에 '진땀'
벨기에의 한 군부대에서 수년간 가혹행위가 자행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브뤼셀타임스에 따르면 벨기에 남부 리에주 지방에 주둔한 육군 제4공병대대의 한 소대에서 적어도 2021년부터 다수 장병이 신체적 가혹행위, 언어폭력,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대에서는 신병들을 상대로 '굴욕적 신고식'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 피해 사실이나 관련자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적어도 20∼30명의 장교와 사병들이 가혹행위 가해자로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부대 측은 이미 2021년 관련 의혹을 인지했지만 군내 고질적인 '은폐 문화' 탓에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벨기에 국방부는 작년 11월 피해자 친척의 이메일 신고로 관련 사안을 처음 알게 됐으며 당시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는 입장이다.

공교롭게 이번 사건은 벨기에 군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고조된 안보 위기에 징병제 폐지 이후 30년 만에 상비군 규모 확대에 나선 가운데 터졌다.

벨기에 전역에서 대규모 모병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군 전체에 대한 평판 악화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국방부도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뤼디빈 드동데르 국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안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인정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소대를 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례에 비춰보면 가장 과감한 조처라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가혹행위에 연루된 장병들은 정직·해고 징계를 받거나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현지에서는 병사들이 군내 가혹행위 피해를 소속 부대가 아닌 다른 부대로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이 새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