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한국 오가며 작업…강서경 개인전 '마치'도 나란히 열려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196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조각과 석판화를 배웠고, 20년 뒤 남미로 이주한 뒤 현지에 자기 이름을 내건 미술관까지 세웠다.

전 세계를 동서남북으로 누비며 활발하게 활동해 온 우리나라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89) 작가가 19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난 동서남북 작가"…구순 여성조각가 김윤신, 국제갤러리 전시
1970년대 나무를 수직으로 쌓아 만든 '기원쌓기'부터 유창목, 알가로보 등 남미 자생종 목재로 만든 조각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폐목재에 색을 칠해 만든 '회화조각'까지 반세기 가까이 김 작가가 매진해 온 목조각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전시다.

목조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회화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원초적 생명력', '내 영혼의 노래'와 같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김 작가의 회화는 남미 토속 색과 한국의 오방색이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나선 김 작가는 구순(九旬)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검은색 트렌치코트에 운동화를 신고 1시간 넘게 전시관에 서서 작품에 관해 설명했다.

아직도 작업을 할 때 직접 나무를 옮기거나 톱으로 목재를 잘라 내는 등 정력적으로 작업한다고 김윤신미술관 측은 설명했다.

김 작가는 "저는 '동서남북 작가'로 남고 싶다"며 "동(東)으로 가나, 서(西)로 가나 매한가지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주로 나무를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나무를 굉장히 좋아한다.

나무는 살아있고 숨을 쉰다"며 "우리도, 나무도 자연 속에서 형태만 다를 뿐 생명이라는 것은 다 똑같지 않으냐. 그래서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뒤 40년간 중남미를 무대로 예술 활동을 해왔다.

현지에서도 큰 인정을 받아 200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김윤신미술관이 개관했고 2018년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에는 상설 전시관이 설치됐다.

앞으로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에 오가며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갈 예정이다.

김 작가는 올해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참여작가로 선정됐고, 국제갤러리와도 소속 계약을 체결했다.

"난 동서남북 작가"…구순 여성조각가 김윤신, 국제갤러리 전시
국제갤러리에서는 강서경(46) 작가의 개인전 '마치 MARCH'도 나란히 열린다.

개인전에서 가장 눈을 사로잡는 것은 전시관을 채운 '정(井)' 시리즈다.

강 작가는 조선시대 악보인 정간보에서 모티브를 얻어 우물 정 모양의 틀 속에 비단을 덧대 시간의 층위를 표현하려 했다고 국제갤러리는 설명했다.

둥근 자수틀에 은은한 색상의 비단을 덧대 만든 '아워스-일' 연작, 캔버스 바깥에 떨어진 물감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모라-누하' 연작 등도 모두 시간을 주제로 삼았다.

이외에도 공중에 매달려 조금씩 다른 감상을 주는 '산-아워스' 조각, '산-꽃' 조각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두 전시 모두 다음달 28일까지.
"난 동서남북 작가"…구순 여성조각가 김윤신, 국제갤러리 전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