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21일 '일어나 2024년이야!'·'빅브라더 블록체인' 개막

세계적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의 기념비적인 위성 생방송 '굿모닝 미스터 오웰' 송출 4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 세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백남준이 내다본 미래는…'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오는 21일부터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와 '빅브라더 블록체인'을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백남준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1949)에 착안해 기획한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1월 1일 한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지를 연결해 생중계한 라이브 위성 쇼이다.

당대 손꼽히는 아티스트와 대중음악 가수 등이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소설 '1984'는 미래 사회에서 기술이 인간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견했지만, 백남준은 기술이 각 대륙을 연결하며 즐거운 소통의 매개로 기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 1층 제1전시실에 마련된 '일어나 2024년이야!' 특별전 공간에는 이 같은 낙관을 담은 백남준의 여러 작품이 전시돼있다.

백남준이 내다본 미래는…'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대형 스크린에는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 '과달카날 레퀴엠'(1977)이 송출되고 있었다.

과달카날 섬은 서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섬 중 하나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로 미군으로 구성된 연합군과 일본군이 전투를 벌인 곳이다.

백남준은 동료 살럿 무어먼과 함께 전쟁의 흔적이 남은 이 섬을 찾아가 참전 군인과 주민을 인터뷰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향한 바람을 담은 퍼포먼스를 벌이며 영상을 촬영했다.

전시 관계자는 "조지오웰과 백남준이 활동하던 과거와 현재의 공통점은 결국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라며 "오늘날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연결의 기술을 소통과 평화의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해당 작품을 전시의 첫 순서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이 내다본 미래는…'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전시관 한쪽에 설치된 크고 작은 브라운관에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주요 장면이 끊임없이 송출돼 이번 전시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주변에 설치된 'TV 첼로', '로봇 K-56', 'TV 부처', '세계와 손잡고', '칭기즈 칸의 복권' 등 백남준의 다른 작품들도 눈에 들어왔다.

얼터너티브 케이팝 그룹 바밍 타이거와 미술 작가 류성실이 이번 특별전을 기념해 창작한 오마주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현대 미디어 작가들의 커미션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 제작 당시 수많은 예술가를 섭외했던 것처럼, 기술과 정보 통제에 대항하는 현대 예술 작품들을 통해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을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백남준이 내다본 미래는…'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전시관 곳곳에는 동시대 미디어 작가들이 창작한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전시돼 방문객의 시청각을 자극했다.

전시 작품은 권희수 '나선필름', 삼손 영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 상희 '원룸바벨', 이양희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장서영 '터뷸런스', 조승호 '은신처', 홍민키 '라이브 방송 중 해킹당한 BB?!??', HWI(휘) '너의 전생', 히토 슈타이얼 '태양의 공장' 등이다.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는 내년 2월 23일,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오는 8월 18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박남희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은 "조지오웰과 백남준이 활동 시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을 관통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지금의 기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지, 어떤 쓰임새를 가질지 등에 대해 고민하며 전시를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남준이 내다본 미래는…'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