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개막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초청…대붓 퍼포먼스도 예정
2010년 고향 서산 내려와 작품 활동…후원하면 2∼3배 가치 작품 보답
'백세주' 로고 원조 황석봉 작가, 세계 최대 현대미술축제 간다
전통주 백세주의 로고 글씨를 쓴 서예가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축제에 간다.

17일 미술계에 따르면 충남 서산에서 작품 활동 중인 시몽(是夢) 황석봉(75) 작가가 다국적 작가예술공동체 '나인 드래곤 헤즈'(Nine Dragon Heads) 초청을 받아 다음 달 20일 개막하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참여한다.

11월 24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에는 국내외 작가 35명이 참가한다.

황 작가는 서예와 회화를 접목한 작품 '기(氣)Ⅰ'과 '기Ⅱ'를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일필휘지(一筆揮之)를 통해 기의 시간적 흐름과 무한한 공간적 확장성을 나타내는 작품들이다.

'기Ⅰ'은 생명의 보고 갯벌을, '기Ⅱ'는 변화무쌍한 기의 운용을 각각 상징한다.

황 작가는 특별전 야외 공간에서 온몸을 이용한 '대붓 퍼포먼스'도 펼친다.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세계적인 작가들과 함께 전시하고 비엔날레에도 참가했으나, 이번에 세계 최고의 무대에 초청돼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며 "꿈이 현실이 된 만큼 K-컬처가 세계로 확장하는 데 일조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백세주' 로고 원조 황석봉 작가, 세계 최대 현대미술축제 간다
서산시 성연면 예덕리에서 태어난 황 작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고관절 골수염으로 걷지 못하게 되자 아버지가 모셔 온 선생님으로부터 한문과 글씨를 배우면서 서예에 입문했다.

1982∼1984년 최고 권위의 공모전인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3회 연속 서예 부문 특선을 했고, 최연소 초대작가가 됐다.

1984년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 초대전에서는 일본 최고의 원로 서예가 야오야마 세우로부터 격찬을 받았고, 1988년 파리 초대전에서는 유럽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황 작가는 서예의 벽을 허물고 예술이라는 총체적 맥락 속에서 상통하는 가치를 얻어야 한다며, 1991년 서예의 대중화·예술화·세계화를 표방하는 한국현대서예협회를 결성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백세주의 로고 글씨를 쓰고 음료 아침햇살 그림과 청정원 맛선생 그림 등을 그려 현대서예를 대중에게 알리기도 했다.

'백세주' 로고 원조 황석봉 작가, 세계 최대 현대미술축제 간다
동아시아 서화계의 독보적인 작가로 인정받던 그는 2010년 중앙무대에서의 활동을 모두 내려놓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이듬해 서산시의 요청으로 지곡면 폐교를 새로 단장한 서산창작예술촌의 관장을 맡아 10여년간 가로림만 뻘낙지 등을 소재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2022년 서산창작예술촌 관장을 내려놓은 그는 최근 해미면에서 작은 미술관을 열었다.

지인들은 '시몽과 함께하는 사람들 : 함께 좋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들어 작가를 후원하고 있다.

한 회원은 "(황 작가가) 나이만 드셨을 뿐 아이디어와 열정을 빼면 도전으로 나아갈 현실적인 여력이 너무 부족하다"며 "후원이 없으면 도전은 동력을 잃고 꿈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황 작가는 후원자들에게 2∼3배 가치의 작품으로 보답할 계획이다.

'백세주' 로고 원조 황석봉 작가, 세계 최대 현대미술축제 간다
그는 "고향 서산에 다시 둥지를 틀고 정착한 만큼 제 미술관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사랑방 역활을 하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