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맛은 꾸밈없다. 심심하단 뜻은 아니다. 애써 힘주지 않아도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 자꾸만 손이 간다.
장이 무르익는 계절, 파주장단콩웰빙센터 앞에 늘어선 2000여 개의 장독대가 장관이다.사진=성종윤
장이 무르익는 계절, 파주장단콩웰빙센터 앞에 늘어선 2000여 개의 장독대가 장관이다.사진=성종윤
그 힘은 재료에서 온다. 파주는 우리나라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콩으로 유명하다. 한반도 최초의 콩 장려품종인 ‘장단백목’에서 유래한 장단콩의 주요 생산지다. 파주 전체 콩 생산량 중 약 40%가 민통선 내 경작지에서 나온다. 임진강 유역의 비옥한 땅과 뚜렷한 일교차가 양질의 콩을 키워낸다.

쌀·인삼이 파주의 특산물이 된 이유도 비슷하다. 이 셋은 ‘장단삼백’이라 불리며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였다고 하니, 맛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파주의 보물, 임진강에서는 싱싱한 생물이 잡힌다. 참게·황복·민물장어 등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경기도 최북단,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 덕에 냉면·손만두·막국수·초계탕 같은 이북 음식을 즐기기도 좋다.

구수한 매력의 향토음식이 당길 땐 파주 맛고을 음식문화거리로 가보자.시골밥상부터 오리구이, 매운탕까지 자연이 빚어낸 담백함이 가득하다.

임진대가집

3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데는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부터 터를 잡고 자손대대 로 살고 있다는 이선호 씨가 이곳의 주인장. 가게 곳곳에 붙어 운치를 더하는 글귀는 이 씨가 손수 적었다. 허영만 화백이 다녀간 흔적도 있다. 만화 <식객>을 그 리던 시절부터 20여 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왼쪽부터) 참게튀김, 참게매운탕, 참게범벅. 사진=성종윤
(왼쪽부터) 참게튀김, 참게매운탕, 참게범벅. 사진=성종윤
겨울부터 4월까지 제철인 참게 요리를 놓치지 말자. 꽃게보다 살이 적지만 고소한 내장맛이 일품이다. 봄부터 이른 여름은 임진강의 명물 황복을 맛보기 좋은 때다. 직접 낚시한 자연산 황복으로 회·지리 등을 낸다. 바다 복보다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살아 있다.

KICK! 참게범벅
메뉴 개발에만 수년,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주인장의 야심작이다. 감미료 없이 사과·배·키위 등 과일로만 달큼한 맛을 냈다. 맵지 않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풍천연화

화려한 상차림이 눈을 즐겁게 하는 풍천연화의 정식 특코스. 사진=성종윤
화려한 상차림이 눈을 즐겁게 하는 풍천연화의 정식 특코스. 사진=성종윤
전북 고창에서 50년간 장어 요리를 차려 낸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두 딸이 파주에 둥지를 틀었다. 구이 위주의 장어 요리보다 특색 있고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고자 연구를 거듭했고, 시그니처인 장어수육이 탄생했다. 민물장어를 4~6시간 푹 쪄서 만든 메뉴로, 고소하고 담백 하면서도 특유의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 특징.

눈으로 먹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다. 용 모양의 화려한 플레이팅이 맛을 돋운다. 풍천연화정식 특코스의 경우 예약제로 제공되며, 수육·구이·튀김·전골 등 다양한 변주의 장어 요리에 돌솥밥과 매실차까지 함께 나와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바삭하고 고소한 장어튀김. 사진=성종윤
바삭하고 고소한 장어튀김. 사진=성종윤
KICK! 장어튀김
사장님 피셜 반전(?)의 인기 메뉴라는 장어튀김.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고소한 장어에 바삭한 튀김옷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별미!

평양옥

이한치한(以寒治寒), 아니 냉면에 한해 ‘이랭치랭’이라 하는 게 맞겠다. 여름 별미로 널리 알려졌지만, 우리 조상은 예로부터 추운 겨울 냉면을 즐겨 먹었다. 육수로 쓰인 동치미가 가장 맛있게 익는 계절이기 때문.
깊은 감칠맛이 특징인 평양옥의 평양냉면. 사진=성종윤
깊은 감칠맛이 특징인 평양옥의 평양냉면. 사진=성종윤
평양옥은 한겨울에도 커다란 매장이 북새통을 이루는 맛집이다. 평양냉면은 함흥냉면에 비해 밍밍한 육수 탓에 혹평을 듣곤 하지만, 이곳의 국물은 입문자도 도전할 수 있을 만큼 깊은 감칠맛을 자랑한다. 메밀 함량이 높은 면발은 육수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두껍고 거칠며 뚝뚝 끊기는 매력이 있다. 초록병 하나 시키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았다.

KICK! 녹두전
기름을 넉넉히 둘러 바삭하게 부쳐낸 녹두전. 숙주가 들어가 씹을수록 향기롭고 구수하다. 속을 꽉 채운 이북식 만두도 추천한다.

해스밀래 더 테이블

자극적인 음식을 탐미하다가도 결국엔 담백한 한식을 찾게 되는 게 한국사람 아니던가. 한국인의 밥심을 제대로 채워 주는 정갈한 한정식을 해스밀래 더 테이블에서 만났다. 특산품 장단콩을 테마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파주장단 콩웰빙마루에 위치했다.

식탁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식재료는 파주에서 나고 자란 것들로 꾸려진다. 장단콩으로 만든 다채로운 두부 요리에 계절의 풍미를 담은 나물·전 등 값을 매기기 힘든 보약 한 상이 차려진다. 윤태환 매니저가 귀띔한 바에 의하면 더욱 풍성한 상차림을 위해 올해 신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넓은 홀을 갖춰 단체모임 장소로도 손색없다.
파주 특산물을 활용한 해스밀래 더 테이블의 요리. 사진=성종윤
파주 특산물을 활용한 해스밀래 더 테이블의 요리. 사진=성종윤
KICK! 머루주
상차림이 이토록 푸짐하니 술 한 잔 곁들이지 않을 수 없다. 건강식엔 건강주를 더해보자. 유기농으로 재배한 산머루를 3년 이상 숙성해 만든 감악산 머루주가 제격.